온 국민의 통일 염원을 간직한 곳,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자 반만년 역사 유적을 품고 있는곳 평화누리길.
한국전쟁과 반세기가 넘는 군사적대치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DMZ생태계는 오랜 시간 동안 엄격한 통제와 자연치유 능력으로 인해 귀중한 생태자원을 간직한 독특한 생태계로 회복됐다.
DMZ생태계는 자연회복능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세계적인 생태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정부와 경기도, 강원도는 DMZ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세계 유일한 분단지역’, ‘냉전의 유물’이라는 DMZ의 태생적인 한계가 평화를 향한 전 세계의 소망으로 승화되면서, DMZ는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이 되고 있다.
남북의 교류와 협력, 통일시대를 맞아 DMZ는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의 땅이자 통일한국을 이끌어가는 전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와 평화, 역사문화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거듭날 약속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DMZ에 근접한 최북단을 체감할 수 있는 평화누리길을 조명해본다.
임진강 따라 한반도 북단 걷는 평화누리길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 12노선에 연장 183.8㎞로 한반도 최북단 도보여행할 수 있는 길로 조성됐다. 임진강을 따라 경기북부 안보관광지 및 생태계를 가까이 보면서 갖가지 절경들이 펼쳐진다.
지난해 5월 8일 개장행사를 시점으로 그동안 방향표시판, 방향 표시를 알리는 리본, 그리고 정자와 열린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개장 초기인 탓에 아직 부족한게 있지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사유지가 많은데다 군부대 협조가 필요한 구간이 많아 협의과정이 길고 행정처리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다소 어려운 점이 많이 있는게 사실이다.
평화누리길 관계자는 “탐방객들로부터 건설적인 개선요구사항을 많이 접하고 있다”며 “탐방객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안내표시와 화장실, 벤치, 정자 등 편의시설을 보완하고 보다 좋은 노선을 새롭게 개발해 많은 탐방객들이 즐겨찾는 평화누리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연과 역사 함께 품은 자연의 보고
평화누리길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옛날 같으면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던, 바로 철조망이 쳐진 민통선 구간을 걸으면서 DMZ, 북한 땅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과 아직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자연을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김포 대명항~문수산성 구간은 병인, 신미양요때 프랑스군함과 미국군함이 올라온 염하강과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설치한 덕포진, 그리고 문수산성 등 100여년전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1km 구간이 양옆으로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 사이로 걸을 때면 마치 내가 배우가 돼 영화를 찍는 착각에 빠진다.
또 하나는 메타세콰이어 숲을 걷기전에 노상카페가 있는데 그 할머니가 해주시는 김치전과 김치 그리고 막걸리는 환상적이다.
평화누리길 고양구간 행주산성에서 걸어오다가 목도 마르고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다 들려서 먹는 그 막걸리와 김치전, 그리고 배추김치의 맛은 어릴적 어머니 손끝에서 나온 구수한 된장 맛이다.
파주구간으로 접어들면 파주 출판도시부터 시작해 통일전망대, 반구정, 임진각, 장산전망대, 화석정, 임진나루 등을 거치는 구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황희정승과 율곡 이이선생의 혼이 서린 곳이다.
황희정승이 관직을 떠나 노년을 보냈다는 반구정, 율곡 이이 선생이 유년시절 학문을 연마하며 보냈다는 화석정이 바로 그곳이다. 화석정은 임진왜란때 불타 없어진 뒤 율곡선생 후손이 다시 지었지만 한국전쟁때 불탄 것을 파주 유림에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참고로 임진왜란때 불탄 사연이 전해 내려오는데 선조임금이 피신을 하는데 그믐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가는길이 어렵게 되자 임금과 함께 가던 이항복이 먼저와 화석정에 불을 놓아 왕의 피신을 도왔다는 말이 전해 진다.
파주 셋째길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임진강과 통일대교 너머 북녘 땅은 전망이 장관이다. 맑은 날이면 개성 송악산도 보인다.
연천구간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도 볼 수 있다. 황포돛배 원형을 그대로 되살려 임진강 두지리에서 고랑포까지 운행하는 황포돛배는 40여분간 운행하는데 송강 정철의 산수화에 나오는 임진강 적벽의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8천원이다.
시간이 되면 황포돛배를 타면서 우리 선조들의 얼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 싶다. 연천구간은 임진강을 따라 걷게 되는데 주변 억새풀이 장관을 이룬다,
연천 첫째길 비룡대교~숭의전 코스는 9km 정도 되는 구간인데 임진강변을 따라 걸으면서 억새꽃도 보면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걷다가 지루하면 임진강으로 내려와 강태공들의 낚시하는 모습을 보며 임진강 물고기도 구경할 수 있다.
연천 첫째길 끝 구간에 가면 사육신을 비롯해 고려왕과 충신을 모셔놓은 숭의전을 볼 수 있다. 그곳에 있는 해설사로부터 숭의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숙연해 진다.
연천 둘째길 셋째길 구간은 산길과 율무밭을 지나는 구간이다.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하다. 9월쯤 가면 율무가 크게 자라 보는이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절로 자연에 도취돼 농부가 된 기분이 든다.
평화누리길은 기존에 있는 길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연결해 놓은 길이다. 초창기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특히 봄과 가을에 한번 걸어보기를 권장하고 싶은 도보여행길이다. 한반도 최북단 도보여행길인 평화누리길을 걸으면서 우리 안보현실을 실감하고, 경기북부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