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발 위기에 따른 기름값 상승과 55년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한파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서민연료’인 실내 등유와 생필품도 잇따라 오르고 있어 수입에 비해 소비 증가폭이 늘어나고 있는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9일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실내 등유 평균값은 ℓ당 1천388.21원으로 1천39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2008년 8월 22일(1천397.30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9월 ℓ당 1천330원대에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실내 등유 가격은 최근 국제유가 강세와 동절기 수요 증가 등으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또 최근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의 영향으로 배와 무 등의 출하가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 생필품 가격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배추 값은 전월 대비 10.5%, 무는 4.0% 올랐다. 지난해 12월 배추와 무가 전월 대비 16.0%, 8.6%나 급락하면서 물가 안정에 큰 도움이 됐던 때와 상반된 현상이다.
이와 함께 서민들의 생필품인 치약(5.5%), 소화제(3.5%), 콜라(2.8%), 구강 청정제(2.5%), 어묵(2.2%), 세탁 세제(2.0%), 건전지(2.0%), 커피(1.9%) 등도 가격이 상승했다.
이러한 생필품 가격의 증가는 서민 가계의 지출비 상승으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기혼 가정의 가계 수입과 지출 내역(229명 대상)을 살펴보면 2012년 가계 수입은 평균 39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5.1% 증가한 데 반해 생활비는 지난해 보다 26% 늘어난 평균 2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출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모(31) 씨는 “최근 기름값도 오르고 농산물, 생필품 가격마저도 오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활을 해야할 지 막막하다”며 “올해엔 월급은 인상되지 않고 물가상승으로 지출비용만 늘고 있어 카드빚만 계속 늘고 있는 상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