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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인물은 시대가 부르는 법이다

 

괘관(掛冠)이란 말이 있다. ‘갓을 벗어 건다’는 뜻으로 관직을 버리고 사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관직을 포기하고 낙향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 ‘괘관’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전한(前漢)의 12대왕 애제가 죽자 왕망에 의해 평제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평제에게는 생모 위희가 있었는데, 왕망은 그녀를 중산국에 억류시키고 장안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했다.

허수아비에 불과한 평제로서는 왕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자신을 낳아 준 생모였지만 어쩔 수 없이 궁전으로 모셔 들일 수가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왕망의 장남인 왕우가 ‘이 일은 참으로 온당치 못하다’며 어미와 자식을 떼어 놓는 것은 천륜을 거역하는 것으로 백성들의 저항을 불러 올 것이라며 반발하게 된다. 이 일로 인해 왕망은 자신의 장남에게 자살할 것을 명하는 패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왕우가 자살해 죽자 평제의 생모 위희는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죽이고 평제의 왕위까지도 찬탈하게 된다.

이쯤되니 왕망의 위세는 하늘을 찌르는 듯 했고, 감히 그의 안전에서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절대권력을 거머쥐고 전한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봉맹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비록 직급은 도둑을 잡는 정장이라는 하급 관리에 불과했지만 신망과 지성을 겸비한 사람으로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은 올곧은 사람이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왕망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었는데, 봉맹이 작심하고 나서 왕망을 크게 꾸짖으며 ‘나는 도둑놈을 잡는 정장으로 나라를 훔친 도둑놈을 잡지 못했기에 역사 앞에 죄를 지어 사임한다’며 가족들을 이끌고 바다를 건너 요동으로 가게 된다. 그는 장안성을 떠나면서 권력에 빌붙어 양심을 접고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왕망의 신하가 되느니 차라리 요동의 돼지를 키우는 일이 오히려 남자로서 할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욕심을 버리고 괘관하라고 충고했지만 봉맹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예언대로 왕망이 멸망하고 후한의 광무제가 즉위하자 왕망 밑에서 기생하던 모든 관리들이 숙청되고 봉맹에게 등용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미 한번 괘관한 이상 다시는 관직에 나갈 수 없다고 고사하며 요동의 돼지를 키우는 일이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돼 칙명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너도나도 이 일에 적임자라고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요동에서 돼지 키우는 일은 촌부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자신만이 장안성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귀족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참으로 그러한가? 내가 보기에는 권문귀족은 커녕 요동에서 돼지 키우는 일도 못할 인물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자기를 좀 알아 달라고 아등바등 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참으로 서글픈 모습이다. 그냥 조용히 요동에서 돼지를 키우다 보면 기회가 올텐데, 왜 이리 시끄럽게 구는가? 요동에 있어도 인물은 시대가 부르는 법이다. 새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이 생각나 해보는 소리다. /박남숙 용인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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