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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기억이 나를 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시선집 ‘기억이 나를 본다’ /들녘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반짝 눈이 떠지는 싱그러운 아침이 있다. 창문을 활짝 열거나 현관문을 열었을 때

 

 

눈에 가득 들어온 뼈대 앙상했던 나무 가지에 어느새 푸른 잎들 가득 뒤덮여 있다. 지구를 기억의 행성이라고 한 어느 시인과도 일맥상통하는, 저 푸른 녹음은 기억이라는 물질의 덩어리이다. 기억의 DNA에 의해 작년의 그 자리, 어제의 그것과 같은 모양의 나뭇잎들 촘촘히 뱉어낸다. 나뭇잎은 바람과 햇살에 의해 시시각각 배경 속으로 녹아들고 기억의 숨소리는 언제나 새롭다. 똑같은 반복 또한 새롭다. 그 숨결로 기억은 더욱 더 푸르러진다. 내 바깥에 또 하나의 푸른 뇌를 가지고 있어 기억은 한층 내밀해진다.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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