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르면 8월부터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의사처방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보 6월 8일자 6면 보도) 일부 여성들 사이에 ‘사전피임약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바뀌는 것과 동시에 가격상승까지 예상되면서 사재기 현상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이다.
10일에도 소비자와 네티즌들은 정부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사전피임약이 피임 목적 외에도 생리통의 완화, 생리불순 조절, 생리기간 조절, 여드름 치료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여성 네티즌은 SNS에 “사전 피임약 미리 사둬야겠다”면서 “영양제 사면서 사전 피임약 1년 치 미리 사두고 써야지”라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사전피임약을 살 때마다 병원에 가야 한다면, 성관계를 의사 허락받고 갖는 기분일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은 “사전피임약 사재기 좀 해야겠다. 나는 생리가 불규칙해 생리주기 조절을 위해서 먹어야 하는데 매번 산부인과를 갈 수도 없고 당황스럽다”고 했다.
실제 일부 약국에선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게 아닌 만큼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유효기간이 길기 때문에 미리 사 두면 편리할 것”이란 권유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져 오히려 피임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혼여성은 물론 기혼여성들조차 주변의 시선과 진료기록 등으로 산부인과 진료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한 현실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부 김모(30)씨는 “피임을 할 때마다 산부인과에 가서 생리주기와 성생활 계획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싫다”면서 “매달 피임약을 타 먹느니 차라리 남편에게 남성피임시술을 받으라고 하는게 낫겠다”고 말했다.
가격상승 예상도 나왔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의원 수가가 많게는 1만2천여원 추가된다. 이에 따라 현재 한 상자(21알)에 7천원 수준인 소비자의 약값 부담은 3배가량인 2만원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사재기 조짐이 일어나는 또 다른 이유다.
당장 식약청 홈페이지에는 불만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의·약계의 논란에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까지 맞물리면서 15일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