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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유럽 빅바이어, 꼼꼼한 도내 中企와 통하다

 

“세계 13개국, 1천200여개의 매장에 공급될 볼펜 찾으러 만리장성 넘어왔습니다.”

연매출 20억원, 사원수 10여 명에 불과한 도내 한 중소기업이 세계 15위의 대형 유통그룹 오샹(Auchan)과 수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어 화제다.

29일 오후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문구 제조업체 에스아이코리아(대표 김대흥) 생산공장.

파란 눈의 한 외국인이 1천652㎡(500평) 남짓의 조그마한 공장을 예리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본다. 공장 초입부터 안전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더니 5개의 생산 라인과 각종 검사기기가 설치된 공장 가장자리에 이르자 설비 제원은 물론 작동법까지 조목조목 물어본다.
 

 

 


“1일 생산량과 불량률은 어느 정도죠?, 원재료 재고량과 생산설비 문제 발생시 대응 메뉴얼은 구축돼 있나요?”

이날 이곳을 찾은 그는 프랑스의 대형 유통그룹인 오샹의 띠어리 멧젠(47·Thierry METZEN) 구매총괄담당 이사다.

까르푸와 함께 프랑스 2대 유통업체인 오샹의 임원이 PL(Private Label) 문구 제품 수입을 위해 한국의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한 것.

오샹 아시아지부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다.

오샹 측은 과거 중국 업체와 거래를 해왔으나, 유럽 구매고객의 질적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가격 대비 상품의 질이 우수한 한국 공급처를 물색해 왔다.

이에 따라 오샹 측의 의뢰를 받은 한국무역협회는 10여 개사의 국내 문구 제조업체를 추천했고, 이 중 에스아이코리아가 가장 적합한 업체로 최종 선발됐다.

또 지난 28~30일 무역협회 주최로 유럽 빅바이어를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과 매칭시키는 ‘빅바이어 초청 구매 상담회’ 행사가 계기가 돼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

띠어리 멧젠(Thierry METZEN) 오샹 구매담당총괄이사는 “지난달 본사 실사단이 에스아이코리아의 생산 제품은 물론 생산과정, 검수검사 등 제조 설비와 프로세스에 대한 사전 평가를 이미 마쳤다”며 “이번 방문은 최종 판단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스아이코리아의 제품이 중국 경쟁사 보다 3배 가량 단가가 높지만 제품은 물론 공장설비와 프로세스 역시 만족할 만해 구매 협의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에스아이코리아 측은 이번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문구 제품으론 한국 최초로 오샹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며, 수출 규모는 연간 6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흥(49) 에스아이코리아 대표는 “유럽 소비자의 질적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과 제품의 질이 균형을 이룬 한국 제품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며 “오샹과 같은 빅바이어와 거래가 성사되면 월마트, 까르푸 등 동종업계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띠어리 멧젠 프랑스 오샹 구매총괄담당 이사

‘경기침체=위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유럽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형 유통그룹인 오샹(Auchan)그룹의 띠어리 멧젠(47·Thierry METZEN) 구매총괄담당 이사는 지난 29일 경기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EU시장 침체를 돌파할 한국기업의 필요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가구, 주방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한국산 제품의 구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오샹은 까르푸와 함께 프랑스 2대 유통업체로 유럽과 러시아, 중국, 대만 등 13개국에 618개의 창고형 할인매장과 515개의 하이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 수만 27만명에 이른다.

최근 유럽 재정 위기로 우리나라 수출 시장, 특히 경기지역의 대(對)EU 수출이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과 빅바이어 공략 등을 띠어리 멧젠 이사에게 물었다.



- EU 재정위기로 한국의 EU시장 수출이 부진하다. 한국기업이 수출확대 또는 빅바이어 공략을 위해 필요한 전략은.

▲ ‘경기침체=위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하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EU 또는 글로벌 빅바이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시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유럽 소비자들은 호황기에 비해 보다 합리적인 소비, 신중한 구매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질 낮은 저가 제품보다 품질과 가격 균형이 합리화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방문한 에스아이코리아 사(社)와의 볼펜 등의 문구류 수입 건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사례다.



- 한국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어떤 경쟁력이 필요한가.

▲ 일반적으로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제품과 품질, 디자인, 사후관리(A/S) 등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더욱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비싼 금액의 한국산 제품을 팔기 원한다면 그만큼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오샹 같은 빅바이어와 거래하려면 우선 제품 및 제조공정이 세계적으로 표준화돼야 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등 나라마다 상이한 인증과 기준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무역장벽인 이런 규격 인증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이를 각 시장에 맞게 적용하는 지역 시장화 전략이 필요하다.



- 한국제품의 진출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시장과 분야는.

▲ 유럽의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기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과 품목별로는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거나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는 곳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샹의 경우 향후 한국산 가구, 주방용품, 차량 악세사리 및 용품, 전기전자 제품 등 다양한 한국산 제품의 구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오샹은 물론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PL(Private Label)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외국기업들은 오샹과 같은 빅바이어의 PL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빅바이어가 전하는 수출확대 전략

1.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주목하라

- 경제위기로 합리적인 구매, 신중한 소비 확산

2. 가격경쟁력이 있는 가치상품을 개발하라

-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에 맞는 상품을 제공

3. 경기침체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경기침체 속에서도 비즈니스 기회는 존재

4. 빅바이어의 PL 상품을 공략하라

- 빅바이어의 브랜드파워를 활용

5. 제품과 디자인을 끊임없이 차별화하라

- 저가 제품과 차별화하려는 혁신과 창의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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