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0 (화)

  • 맑음동두천 28.7℃
  • 구름조금강릉 33.1℃
  • 구름조금서울 31.2℃
  • 맑음대전 31.4℃
  • 맑음대구 33.8℃
  • 맑음울산 34.1℃
  • 맑음광주 31.6℃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2℃
  • 맑음제주 32.6℃
  • 맑음강화 26.3℃
  • 맑음보은 30.7℃
  • 맑음금산 30.7℃
  • 맑음강진군 32.2℃
  • 맑음경주시 35.0℃
  • 맑음거제 29.5℃
기상청 제공

마을의 ‘숨은 진주’ 찾아라 시골 표정이 생생히 살아난다

지역의 숨겨진 가치 발굴·상품화
수익 창출·지역사회 활성화 도모
농촌주민과 도시민 잇는 가교역할
설업체 난립…부실컨설팅 폐해
생태문화 기반조성 중요한 시점

 

 

 

 

생태어메니티전문가가 뜨면 시골의 표정이 환해진다. 그동안 몰랐던 자기 마을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을주민에게 자신감과 행복감 그리고 ‘수입’까지 선물하는 생태어메니티전문가의 세계를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우리나라 어메니티 운동은 어떻게 생겨나게 됐나.

두 가지 방향에서 어메니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먼저 경제수준 향상과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도시민의 여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테마파크나 펜션 등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건립되면서 한편으로 농어촌 지역은 전통 농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젊은이들마저 도시로 빠져나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러한 시점에서 농업 이외의 소득원 확충과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위한 농촌어메니티 개발사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본격화됐다. 일반인들이 느끼기엔 용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 농촌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한번쯤은 경험해 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지역활성화센터의 대표를 하고 계신데,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주로 하는 일은 농촌 마을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컨설팅 업무를 한다. 지난 2002년 회사를 설립했고 약 8년간 200여 개 농촌마을 및 지역단위의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그 외에도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농촌관광교육, 그리고 부동산 개발을 들 수 있다. 또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는 지역개발, 또 관련 사업에 필요한 디자인 개발 등의 일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외국 논문을 보거가 설문조사나 워크샵 등을 통해 어메니티 자원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경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준비와 노력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조경학을 전공했고 조경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부분의 조경학 박사들이 어메니티 운동에 관여하고 있다. 조경학을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학문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조경학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공간을 가꾸는 일이다. 그동안 국내외 조경 관련 사이트나 관련 책들을 보면서 농촌어메니티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대학원에서도 남원의 박첨지 설화(흥부전)를 어메니티 자원화하는 방안을 논문으로 작성하면서 남원 지역 빨래터나 개울에서 단편적으로 구전돼 오던 이야기들을 묶어 테마화 하기도 했다. 또 졸업 후에도 실무경력을 쌓고 컨설팅업체를 창업한 후에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

지금은 다랭이 마을로 불리는데 어메니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남해 가천마을을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가천마을은 남해안 절벽을 따라 계단식으로 층층이 논(다랭이 논)을 만들어 힘겹게 농사를 지으며 살던 곳이었다. 배를 댈 수 없어 어업도 하지 못 하다 보니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 전문가의 방문과 지자체의 관심으로 차츰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메니티’라는 용어는 몰랐지만, 자기 마을의 가치를 깨달은 주민들이 먼저 농사에 방해만 된다고 생각했던 가마우지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흔한 바닷가 생물이 마을의 중요한 자원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보존방안을 찾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농촌을 살린다는 측면에서 보람도 클 것 같은데.

이 직업의 매력은 도시민과 농촌 주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안을 찾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을 주민들은 자기 고장의 소중한 자원을 인식하게 하고,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은 잘 몰랐던 자기 고장의 역사와 전설을 하나둘 알게 되면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주민 모두가 자기 고장의 소중함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은 즐거울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매우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생태어메니티 관련 업무는 흙속에서 진주를 찾듯 지역사회의 숨겨진 어메니티 자원을 찾아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지역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낮에 농사일을 마치고 어두워져야 귀가를 하다보니 밤 8~9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밤 10~11시까지 이어지곤 한다. 이렇게 해서 바로 ‘답’을 찾아내면 좋은데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지역주민 모두가 동의하는 어메니티 자원을 찾아내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찾아냈다 해도 그걸 어떻게 상품으로 만들어낼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것도 어렵고요.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지만 창의력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실패한 지방축제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메니티의 성공확률은 높은 편인가.

성공사례도 많지만 정책담당자와 지역주민의 생태어메니티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이 분야에 경험이 없는 컨설팅업체가 일을 진행하는 등의 이유로 실패한 지역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엔 최대 70억원 규모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컨설팅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등 부실컨설팅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생태문화 기반조성과 산업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 각 지역의 어메니티 사업을 이끌 지도자와 이들을 지원할 어메니티 전문가의 양성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 직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예전에 직업은 돈과 명예를 높이고자 하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직업이 보람을 찾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자신의 것을 나누는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생태어메니티전문가는 농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농촌지역주민과 도시민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서로를 잇는 보람된 직업이다. 일과 삶에 균형을 찾고 그 과정에서 보람까지 느끼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도움말=한국고용정보원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