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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 소방장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진압이 중요하지만, 화재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화재원인 조사는 예방과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죠.”

국내에서 화재발생 조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5년께부터 화재조사를 담당해온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 김상현(42) 소장방의 말이다.

화재현장 구석구석 누비는 '전천후' 소방관

셀 수도 없이 빈번한 화재현장에서 대원들과 함께 화재를 진압하고, 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검게 그을리고 잿더미로 변해버린 화재현장을 치우고 복원하며 화재의 원인과 발화점을 찾는 것은 늘 그의 몫이다.

기자와 인터뷰가 있던 지난달 13일, 이날도 포천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공장의 화재 현장에 투입돼 약속시간보다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수원에 자리 잡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근무를 하면서도 화재 조사를 위해서는 도내 구석구석을 출동하는 ‘전천후’ 소방관이다.

김 소방장은 1993년 처음 소방공무원에 발을 들여 진압대원으로 활동한 뒤, 1997년부터 8년간은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후 2005년부터 현재까지 화재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몇 번의 화재원인과 발화점을 찾았는지 기억도 못할 정도다.

출동 시에는 여느 소방대원들과 같이 진화복을 착용한다. 화재를 빨리 잠재워야 비로소 조사활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들어간 그는 영상장비와 카메라로 현장을 살피며 발화지점을 찾는 데 주력한다. 발화지점을 알아야 원인을 밝혀낼 수 있어서다.

그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화재 원인을 밝혀내야 예방을 할 수 있고 통계도 낼 수 있다”며 “화재 발생 원인은 여름과 겨울이 다르고, 온도가 1도 올라가고 내려감에 따라 또 다르기 때문에 조사 규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도 1도 차로 다양한 화재

실제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전기, 난방기구 등의 화재, 공장 화재, 온도 1도의 차이로 담뱃불로 인한 산불 등 각기 다양한 화재 원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월별, 온도별 등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화재 예방과 주의를 요구한다. 화재 조사는 결국 예방으로 향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김 소방장은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를 위해 신고단계부터 출동, 진압, 선착대원 진술, 화재의 패턴, 발굴(타기 전으로 만드는 복원조사) 등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잔해 속에서 증거품을 채집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보전하면서 그 안의 상황을 기록해야하기 때문에 만만치가 않다.

그는 “화재 진압을 위해서 물을 쏴대기 때문에 증거 보존은 뒷전이다. 그래서 진압 이후, 최대한 증거를 확보해야 원인을 찾고 피해금액 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이때부터 화재조사관들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꼼꼼한 조사는 2009년 남양주에서 노부부의 생명을 앗아간 원인을 찾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끈질긴 조사 끝에 화재를 낸 원인 제공자가 불을 내고 타버린 양초였고, 양초를 싸고 있는 포장지였음을 밝혀냈다.

화재조사는 '투잡'···소방대원 보호 역할도

또한 화재조사는 ‘투잡’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재 조사는 물론, 소방대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비교하자면 과학수사와 형사과를 합쳐놓은 것인데, 각 분야에서 수사와 처벌을 하는 특별사법경찰 자격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화재 진압 시 소방관을 폭행하는 등의 진압활동 방해 2건, 구급대원 폭행 15건이 발생, 피의자 등을 붙잡아 검찰로 송치했다.

화재 조사의 달인인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경기소방학교 등의 요청에 따라 화재조사과정 강의에 나가 그동안의 경험과 실력이라는 자산(?)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 포천 화재로 진화 과정에 나섰던 윤영수 소방교가 무너진 건물 외벽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그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던 그의 동료 6명도 떠나보냈다. 소방대원으로 20년 동안 근무한 그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것이 이젠 흔한 일상사가 돼버렸고 한다.

“현장에 나가면 진압 지휘자가 너무 많습니다. 화재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 꺼라’, ‘저기 꺼라’ 지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을 믿어주시면, 우리들은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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