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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꺼져가는 삶의 불씨 되살리는 생명의 전화

작년 도내 자살사망자 수 3580명… 전년대비 5% 늘어
올해 24억원 예산 투입… 자살예방 인프라 구축 주력
도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쉬는 날 없이 24시간 운영

 

■ 道 자살예방센터 사업현황과 개선과제

지난 1월 오후 10시쯤 경기도 자살예방센터의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도내에 거주하는 30대 B씨가 지병과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상담사는 B씨의 거주지를 확인, 119와 112에 출동을 요청한 뒤, B씨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상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소방대원과 경찰관이 B씨의 집에 도착, 그를 남양주의 병원에 입원시킨 후 지역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한 정신상담 등을 거치면서 B씨는 일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는 경기도가 도내 자살예방을 위해 운영중인 자살예방센터의 정신건강상담전화 상담사례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도내 자살사망자 수는 3천580명에 달한다. 전년대비 5%인 172명이 늘어났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역시 전년보다 1.7% 증가해 30.5명으로 하루 평균 9.8명에 이른다.

이렇듯 매년 증가하는 자살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는 지난 2011년 개소한 자살예방센터를 통해 각종 자살예방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예방체계를 마련한다면 자살률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올해에만 24억원의 예산을 투입,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를 중심으로 자살시도자 및 유가족 지원, 자살 관련 각종 교육, 노인우울검진 서비스, SNS 및 모바일을 통한 자살예방 인식개선 사업,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상담 등에 나서고 있다.

도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국민 중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이 50만명쯤 되는 걸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잘 관리만 해도 자살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살예방 사업… 무슨 일하나= 대표적인 자살예방 사업 중 하나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 운영이다.

상담전화는 우울증·자살징후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야간과 주말에도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전화를 통한 자살위기 상담건수는 지난해 5천324건에 이르고 있다. 이 중 135건은 상담사가 경찰 및 소방대원의 현장 출동을 요청, 올해 역시 지난 3월기준 3천361건의 상담을 진행해 55건의 응급출동을 통한 자살방지 실적을 거뒀다.

특히 도는 관내 응급입원기관, 129 응급이송기관, 119·112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실제 자살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출동과 대처에 나서고 있다.

또한 상담전화를 통해 자살시도자가 발견될 경우 응급의료비 ‘생명사랑위기지원비’ 30만원을 지원하고 경찰서·소방서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 사례관리 등을 통한 사후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자살유가족들의 심리적 치유를 위해 참석 유가족을 발굴하고 자조모임인 ‘더불어 숲’을 통해 유가족간 지속적 만남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6차례의 유가족 모임과 교육워크숍을 개최, 자살유가족지원 가이드라인을 도 전역에 배포했다.

이외에도 도는 공무원·교사·의료인·우편집배원 등 자살고위험자를 접할 수 있는 대상자 2만7천230명에게 자살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도내 사회복지담당자 등 실무자를 대상으로 효과적 자살위기 개입 등의 교육을 지원, 지난해 110명의 자살예방 전문가를 양성해 도내 자살예방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올해에는 노인치매·우울증 조기발견으로 노인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도내 만 60세 이상 노인 8만76명에게 정신건강검진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자살예방사업은 정책적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자살예방에 대한 법과 제도,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자살률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자살 통화상담 ‘대기중 불발’ 36%= 현재의 인력으로는 도가 추진하는 각종 자살예방사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 자살예방센터의 상주 인력은 현재 정신보건전문요원 2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도의 각종 자살예방사업과 정신질환자 재활사업 등의 담당사업과 더불어 24시간 전화상담을 주요업무로 병행하고있어 쏟아지는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의 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자살을 비롯한 각종 위기상담전화 상담요청건수는 1만439건에 이르지만, 상담인력의 부족으로 통화중 대기상황이 발생해 상담이 불발된 경우가 전체 상담요청 건수의 36%인 5천759건에 달했다.

전화상담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우울하고 힘들어 상담이 필요해 전화를 했는데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 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와서 장시간 기다렸다”며 “위기상담 전화라고 해놓고 기다리게 하는 것이 과연 위기상담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상담도중 발생한 자살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소방관의 출동을 통한 단순한 물리적 개입이 아닌 자살시도자의 명확한 정신상태의 판별이 필요함에도 도 자살예방센터에 소속된 정신보건전문요원의 현장출동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상담은 도내 1개 사무실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면적이 넓은 도의 특성상 출동시간이 많이 소요될뿐 아니라 자살시도가 주로 발생하는 야간에는 단 2명만이 상담업무를 맡고 있어 현실적인 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살예방센터 상담원은 “다양한 도움 요청이 들어오지만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때 안타깝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운용상의 현실적 애로를 타개, 주요 사업인 상담전화의 원활한 진행과 업무과중으로 인한 자살예방사업의 부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살예방 전문인력의 증대 및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응급출동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도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20여명의 센터원들은 사무실과 지역현장에서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전화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며 “상담자들의 가장 많은 요청이 당장 정신보건전문요원이 나와달라는 것인데도 실질적 위기개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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