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남길 출발점 인근 기념비와 달리 조림지 주변의 또 다른 기념비는 아예 찾기조차 힘들 정도로 훼손된 것으로 나타나 관할당국의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제기마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의왕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의왕시 왕곡동 오봉산 골사그내 주변에 지난 1974년 1.7㏊에 밤나무 심기를 시작으로 1976년과 1977년에도 각 2.4㏊와 1.2㏊에 밤나무와 잣나무를 조림하는 등 세 차례 직접 식수와 함께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고 식목운동을 대대적으로 장려했다.
또 불과 200여m 남짓 떨어진 곳에도 1977년과 1978년에 각 0.2㏊, 2.5㏊ 등 식목일을 맞아 잣나무를 조림했다는 내용의 식목운동 장려를 위한 ‘식목일 기념 조림지 표지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토녹화와 식목운동 장려를 위해 의왕시 인근에 대대적인 조림작업과 함께 설치된 표지석이 관리는커녕 수십년째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방치돼 주민들은 물론 시민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표지석을 확인하기 위해 왕곡동 골사그내 마을을 찾아 확인한 결과, 주민 대부분이 표지석 유무조차 모르고 있었고, 방치된 기념표지석은 흉물로 전락한 실정이었다.
더욱이 첫 표지석과 불과 200여m 떨어진 또 다른 기념표지석은 수십년간 관리의 손길에서 외면되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돼 식목운동을 위한 조림의 역사마저 위협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등산객 이모(60)씨는 “경기도가 조성한 삼남길을 걷기 위해 찾았다가 버려지듯 방치된 표지석을 보고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식목운동으로 이 일대가 현재와 같은 산과 숲을 갖게 된 걸 알았다”며 “문화재 보호도 중요하지만 생생한 역사가 담긴 전 대통령의 기념비가 방치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40여년째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서모(68) 할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조림에 나서면서 민둥산을 저렇게 울창하게 바꿨지만 사람들은 내용도 모른다”며 “20년전만 해도 시에서 꾸준히 관리를 했지만 어느 날부턴가 흉물로 방치되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 시에서 나와 정비가 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대로 있어 민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왕시 관계자는 “매년 그 일대 식재된 나무에 대해 관리를 하고 있지만 표지석에 대한 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