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형체도 없이 번져나가는 ‘말’은 곧 ‘소문’이 되고,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떠도는 동안 굴절되고 보태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또한 소문은 내 얘기조차 남의 일로 만들어 버려 현실에 대한 상황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어느 조그만 달동네.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철거당하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정부의 대책발표는 이미 그 믿음을 상실한 듯 하고, 당장의 눈 앞에 닥친 철거 조차 남의 일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저 마을의 ‘귀머거리 선이’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는 것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진실은 따져 묻지도 않은 채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부풀어져 간다.
연극 ‘소문’은 이처럼 심심풀이로 만들어낸 ‘잡담’이 겉잡을 수 없는 ‘소문’으로 번지면서 일어나는 일을 희화적으로 표현하며, ‘소문’에만 매몰돼 진정성 없이 살아가는 현재 우리네 모습을 통쾌하게 풍자한다.
입장료 전석 2만원(9일 오전 11시 특별 공연관람료 전석 1만원), 문의 032-514-2150(극단 십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