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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이 꾹꾹 밟아 다져놓은 옛길 나도 따라 뚜벅뚜벅 역사 속으로

완성 땐 서울~전남 땅끝 잇는 국내 최장 도보길
지역사 전문가·문헌사료 검토 등 철저한 고증
수원화성 조성 전후 삼남길 모두 알아내
현대인들 이용하는 작은 길 연결… 저예산 성과

 

■ 역사성 살리고 활용성 잡은 ‘경기도 삼남길 ’

최근 걷기 수요가 늘어나고 자치단체들이 조성하는 도보길이 각지에 들어서면서 도보길의 조성과 운영·활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옛길 사업은 역사성을 가진 조선시대 옛길을 역사적으로 고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조성·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면서 옛길의 원형이 거의 없어졌거나 편안한 도보여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옛길의 역사성을 온존시키면서도 역사문화탐방이라는 국민들의 수요에 호응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필요하다.

옛길의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활용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자.

▲‘길’의 개념

‘길’이라는 말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라고 나온다.

이 말은 ‘길’이라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가기 위해서 일부러 만든 것이 된다.

지금 우리가 흔히 ‘길’이라고 하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을 생각하면 국어사전의 뜻풀이는 정확한 셈이다.

동네의 작은 골목길들도 복잡한 도시계획과 각종 법령에 따라 정확히 구획된 공간이다.

오늘날의 길은 도로가 먼저 만들어진 다음에 사람이나 자동차가 그 위를 지나는 것이다.

현대의 길을 좀 더 간단하게 정리하면, 도로가 먼저 생긴 다음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 걷던 시골길을 생각하면 그 말이 정확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 때 우리가 걷던 길은 지금처럼 엄격한 도시계획이나 법령에 따라 만들어진 길이 아니었다.

다만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을 계속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었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걸었던 길도 그런 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전통시대의 길이란 인공적으로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꾹꾹 밟아 다져진 공간이었다.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길은 없다

이처럼 ‘길’을 인공적인 시설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길’의 개념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냇가에 다리를 놓는다거나 하면 그 순간부터 냇가를 건너는 길은 달라진다.

어느 해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그 다리가 무너진다면 냇가를 건너는 길은 다시 달라질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은 사람들의 생활과 필요와 계속 호응한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화하는 것이다.

정조는 기존의 수원 관아를 팔달산 옆으로 모두 옮겨 화성을 세우고, 원래의 수원 땅에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무덤을 조성했다.

이 일이 있기 전에 이 지역을 지나는 길은 당연히 원래의 수원 관아자리를 지나는 것이었지만 이후 이 지역의 길은 새로 세워진 화성을 지나게 된다.

왕릉이 있는 땅을 뭇 백성들이 함부로 지나다닐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니 사람들이 새로운 길로 다니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해 삼남길 복원사업은 역사성 고증과 병행해 도보여행을 즐기는 수요자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여 코스를 개척했다.

▲삼남길의 역사성

삼남길은 충분한 연구를 통해 고증에 힘쓴 길이다.

과거 특정시점의 원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형 고증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삼남길의 역사성을 고증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지역사 전문가의 고증과 각종 문헌사료 검토를 통해 과거 삼남길의 원래 모습은 어떠하였는지를 최우선적으로 연구했다.

최초의 도로교통 연구서로 일컬어지는 신경준의 ‘도로고’를 비롯해 ‘증보문헌비고’, ‘화성성역의궤’ 등의 문헌사료, ‘해동지도’ 등 도로망을 표시한 고지도자료, 식민지 시기 지적자료, 해방 이후 촬영된 항공사진 등을 교차 검토해 현대적인 포장도로가 갖춰지기 이전의 길이 어떤 형태였는지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정조의 수원 화성 조성 이전과 이후의 삼남길을 모두 고증할 수 있었다.

특히 서호천을 끼고 내려오는 길이나 독산성 인근의 세람교를 지나는 길 등은 기존의 연구에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길로 이번 고증을 통해 새롭게 그 역사성을 조명한 길이다.

▲삼남길의 경제성

삼남길은 역대 최소의 예산이 투입됐다.

삼남길 코스 개척은 특정한 시점의 ‘원형’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사람들이 이용하는 작은 길들을 연결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토지 매입과 도로 확포장 등에는 예산을 거의 소요하지 않았다.

일부 불가피한 지점에서만 경사진 곳에 계단을 설치하는 정도만이 있었을 뿐이다.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만드는 도보코스와는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스 안내를 위한 시설물 역시 길 주변의 나뭇가지나 시설물에 리본을 매달거나 바닥에 화살표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 한정했고, 비교적 큰 돈이 들어가는 안내표지판은 역시 일부 지점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했다.

▲길의 고유성

삼남길은 서울과 땅끝을 잇는 국내 최장의 도보길이다.

최근 들어 도보여행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 지역의 우수한 생태자원을 활용하여 도보길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도보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의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어 즐기는 도보여행부터 수십 일 동안 이어지는 장기 도보여행을 선호하는 경우까지, 도보여행에 대한 수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존의 도보길은 해당 지자체 내에서만 완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 길이가 짧고 내부에 담긴 콘텐츠의 양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삼남길은 모두 완성될 경우 서울에서 전남 땅끝마을을 잇는 수백km의 국내 최장의 도보길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삼남길은 그 자체로 국토를 종단하는 도보길인 동시에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하고 탐방객의 입맛에 맞게 필요한 구간만 선택해서 걸을 수도 있는 길이다.

향후 서울과 의주를 잇는 의주길까지 개통된다면 삼남길은 한반도를 완전히 관통하는 노선이 된다.

따라서 삼남길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를 관통하는 통일의 도보길이자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 된다.

▲삼남길은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길

기존의 도보길들은 즐기기 위해서는 주말이나 휴가 기간을 이용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해당 지점까지 일부러 찾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삼남길은 지하철, 버스, 기차 등의 대중교통을 통해 해당 구간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모든 구간의 시점과 종점은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을 고려하여 지정됐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와서 여행을 시작하고 다시 여행이 끝날 때는 버스나 지하철을 통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삼남길은 지속가능한 길

도보여행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무수히 많은 도보길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많은 도보길 중에서 몇 년이 지나서까지 꾸준히 잘 운영되고 있는 길은 많지 않은 편이다.

많은 예산을 투여해 길을 개통하기는 했지만 이후 관리운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삼남길은 이후 지속가능한 운영형태를 함께 고민했다.

삼남길은 일회적인 전시성 사업이 아니라 수십 수백년간 지속되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과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코오롱스포츠 등 민·관·기업이 함께 하는 새로운 운영모델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삼남길의 운영은 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홍보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게 했다.

<도움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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