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됐다. 그런데 우리 몸의 각 세포는 섭씨 36.5도에서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정상 체온에서 5~6도 정도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생명에 지장을 미칠 만큼, 체온은 생명 유지의 중요한 축이 된다. 그런데 지구의 날씨는 계절별로 수십 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니, 날씨 때문에 우리 몸이 겪는 스트레스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은 무더운 날씨가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계절이다. ‘덥다’는 것은 다소 상대적인 개념인데 습도, 풍속과 같은 대기 특성이나 체질, 습관 등 개인적 특성에 의해 저마다 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섭씨 40도인 사막지역이 섭씨 32도의 한반도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일중 최고기온이 비슷하더라도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는 더위가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한 기온의 고저보다는 ‘내 몸이 느끼는 더위’에 맞춰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작년도 잘 넘겼는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 더위로 인해 발생되는 위험

무더위 속에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이 ‘과열’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그에 따른 대처법을 아는 것이다. 주변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땀, 소변 등을 통해 체온을 낮춰 정상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주변 온도가 우리 몸의 체온 유지 능력 이상으로 올라가면, 우리 몸은 ‘과열’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상당한 불쾌감이 동반되며 열로 인한 경련, 탈수, 심할 경우 치명적인 열사병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장병, 호흡기 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더운 날씨로 인해 이러한 질병이 악화됨으로써 더욱 더위에 취약하게 된다. 무더운 날씨는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건강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열 경련은 사지와 복부 근육에 쥐가 나듯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많은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땀을 과도하게 흘린 후, 또는 근육의 과도한 사용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심장 질환이 있거나 저염식을 오래 한 사람이 아니면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열 경련이 일어났을 경우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하고, 스포츠음료나 과일주스 등을 마셔 수분과 미네랄을 보충시켜 준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은 과도한 활동을 피해야 하며, 한 시간 정도가 지나도 증상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엔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탈진은 빠른 시간 내에 알맞은 처치가 필요한 다소 심각한 상태이다. 탈진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창백함, 차고 끈적끈적한 피부, 극도의 피로감, 오심(가슴 속이 불쾌하면서 토할 듯한 기분이 드는 증상), 어지러움, 가벼운 두통, 구토, 실신 등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바로 서늘한 곳으로 옮겨 충분한 주스나 음료를 섭취하고 시원한 수건 등을 몸 여기저기에 대서 체온을 낮춰준다.

이러한 처치를 했는데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열사병은 응급상황이다. 열사병이 발생할 경우 피부가 붉어지고 체온이 41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발작적인 경련이나 두통, 빈맥, 의식상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먼저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최대한 환자의 체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늘이나 서늘한 공간으로 옮기고 물을 뿌려 주거나 젖은 스펀지 등으로 몸을 닦아준다. 또는 젖은 이불로 몸을 감싸고 바람을 맞게 하는 것도 좋다.

체온이 38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시로 열을 체크해준다. 때때로 환자가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되 입으로 무언가를 가져가지 않도록 해주면 된다. 만약 구토를 한다면 옆으로 뉘어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준다.

▲ 일반적인 상식

더위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날씨에 맞는 옷을 입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가능하다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활동을 피하고 각 증상에 대한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 옷차림

가능한 얇고 가벼운 옷을 입자. 밝은 색의 천연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땀을 쉽게 날려주는 스포츠 의류도 괜찮다. 다만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는 열과 땀을 옷 안에 가두기 때문에 체온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동남아, 사막 지역 등 햇빛이 강한 나라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가벼운 옷을 입되 몸 전체를 가려줄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열대 기후에서는 기온보다 강한 햇빛이 더 해로울 수 있다. 강한 햇빛에 피부가 그을리게 되면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지고 체액이 손실되며 피부에 손상을 입는다. 옷은 대부분의 자외선을 차단해주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크림 바르는 것을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여름에도 긴 옷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모자를 쓰면 얼굴에 비치는 햇빛을 막아주는 반면 머리로 열기가 방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는 것을 고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 음식

무더운 여름에는 땀으로 인한 수분손실을 채워줘야 하는데, 목이 마르다고 느낄 때는 이미 몸에 수분 손실이 많이 진행된 후기 때문에 마시고 싶은 양보다는 조금 더, 자주 마셔주는 것이 좋다.

물 뿐 아니라 염분과 미네랄도 중요하다. 과일주스나 스포츠 음료에는 미네랄이 풍부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네랄 공급을 위해 소금을 직접 먹는 것은 좋지 않으며, 술과 카페인 역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매운 음식이나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필요한 영양분은 섭취해주되 가급적 담백한 음식, 신선한 과일과 야채 등을 먹는 게 좋다.

- 습관

운동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더운 날씨에도 밖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면 천천히 시작하고 완만한 페이스로 해야 한다. 항상 내 몸에 집중하고 혹시 심장이 벌렁거리거나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 바로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루 중에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가급적 운동을 피하고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스페인처럼 낮잠 자는 것이 관습인 나라도 있다.

도심지에서는 강한 햇빛과 열기,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등이 어우러져 오존이 생성되기도 한다. 대기 상층부에서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오존층과는 달리 낮은 곳에서 발생하는 오존은 인체에 매우 해롭다. 오존을 들이마시게 되면 폐 기능이 저하되고 폐기종, 천식 등이 유발되며 건강한 사람도 호흡곤란을 느끼게 된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햇빛이 강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을 주차된 차안에 잠시 동안이라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차 내부 온도는 단 일분 만에 섭씨 49도까지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면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에는 마트나 도서관 등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가서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풍기는 공기를 순환시켜 밤중에는 시원함을 유지해 주지만 37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체온을 내리는 좋은 방법이다.

- 약 복용

더운 날씨에는 약물 복용 또한 신경 써야 한다. 일부 약물은 신체의 체온 조절 능력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이런 약들을 과다 복용하거나 다른 종류의 약을 같이 복용하게 되면 인체의 체온조절 기전에 과도한 영향을 미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약물을 처방받기 전에 의사에게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빼놓지 않고 자세히 말하고 함께 복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체온조절 기전에 작용하는 약물 중 대표적인 것은 아트로핀 성분이 포함된 위장약, 항우울제 또는 항정신약,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혹은 혈압강하제(베타 블록커), 파킨슨치료제 등이 있다. 더운 날씨에는 약물 복용 시 좀 더 많은 물을 섭취해 주는 것도 잊지 말자.

-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더위를 이겨내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노년층, 4세 이하 어린이, 실외에서 활동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비만 환자,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 경제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등이다.

이런 사람들은 더위에 맞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냉방이 되지 않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이런 이웃이 없는지 살펴보고 무더운 날에는 이런 분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펴 이상이 있으면 알맞은 처치를 받도록 돕는 미덕을 발휘하자.

한편 강아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의 경우 털이 있기 때문에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충분한 물과 시원한 쉴 곳을 마련해 주자.

▲ 생활 속 작은 지혜

- 만약 당신이 직장 상사라면, 더운 날씨에는 부하직원들의 근무복장을 가볍게 해주자.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장이라면 정오시간에는 근무를 피하게 해 주는 것이 어떨까.

-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는 새벽 5시쯤 모든 창문을 열고 충분히 환기시킨 다음,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문을 닫고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해주면 어느 정도 시원한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 수건을 물에 적셔 길게 만 다음 냉장고에 집어넣고 차갑게 만들어 주자. 그것을 목이나 손목, 무릎 등 맥박이 잘 뛰는 곳에 두르면 체온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 더운 여름철에는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아진다. 평소에 하던 농담이나 짓궂은 장난도 무더위 속에서는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 ‘햇빛차’를 만들어 보자. 유리병에 물과 차 티백을 넣고 햇빛에 몇 시간 두면 끓이지 않아도 살균이 되고 차가 잘 우러난다. 이것을 냉장고에 두어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맛있는 ‘햇빛차’가 된다.

- 더운 날씨에서는 자신에게 관대해지자. 잠도 잘 안 오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더위 속에서, 일을 좀 못한다고 자신을 나무라지는 말자.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로 자신에게 상을 줘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