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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거장들 열정의 향연 심신에 활력을 수혈하다

피스앤피아노 오프닝 콘서트

 

2013년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선보이는 제2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 ‘BIGBANG THE PIANO’가 지난 17일 ‘오프닝콘서트’로 첫 문을 열었다.

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가득 채운 이날 무대는 여름을 털어내는 청명한 음색과 활력을 전하는 연주자들의 열정으로 이번 제2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에 대한 기대와 만족을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을 전해왔다.

무대 중앙에 사뿐히 자리잡은 피아노, 육중해야 할 피아노가 ‘사뿐히’ 놓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 것은 건반을 두드리는 젊은 거장의 손놀림이 전하는 경쾌함 때문이었다.

올해로 20살, 청년이 된 피아니스트 조성진,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을 그의 무대가 콘서트의 시작을 맡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그가 건반에 손을 얹어 주기만을 바라기는 순간이 지났다. 천천히 음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피아노의 선율이 가슴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하고, 촉촉히 젖은 아침의 공기를 전하듯 울리며 상쾌함을 더했다.

밝고 경쾌한 리듬에 사로잡혀 잠시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 격정과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의 몸짓과 표정이 연주를 기다리며 가라앉아있던 객석에 활기를 더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금방이라도 분출될 듯한 에너지가 전해져왔다. 조성진 모습에 눈을 돌렸다. 밝은 선율을 전하면서도 깊은 고뇌가 담긴 듯, 그는 잠시 미소를 보이는 듯 하다가도 이내 내면의 무언가로 인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가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베토벤이 작곡한 5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곡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토벤이 귓병을 앓기 시작한 1800년 쯤에 작곡된 이 곡은 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이 노래되고 있지만 그 속에는 현실에 대한 고뇌와 절망이 담겨있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비통함을 애써 감추며, 밝게 또다시 밝게 마음을 다잡는 곡의 감성이 절묘하게 와닿는 연주였다.

콘서트의 무대는 피아니스트 김진욱이 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43번’로 이어졌다.

그가 건반에 손을 얹으면서 시작된 연주는 보다 빠르게 객석을 파고 들었다. 흐르듯 쏟아져나오는 피아노의 선율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이끌면서도 또한 녹아들어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뤘다.

라흐마니노프가 낭만주의 거장의 한 사람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를 테마로, 짧은 서주와 24개 변주곡으로 구성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43번’은 화려한 색채와 그 이상의 기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주내내 양 귀를 끌어안고 시시각각 새로운 색채를 전하는 김진욱의 음색은 혼을 빼놓았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녹아들어 있다는 느낌이 든 것도 그 때문. 잠시도 놓칠 수 없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한차례 느려진 곡에서 새로운 매력을 전하던 연주는 다시 타올라서는 곡의 종착지에 닿아버렸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감상해 내야 할지를 생각치 못한채 끝나버린 24분의 연주시간이 야속할 따름이었다.

객석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무대를 떠난 그를 다시금 불러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10분동안 주어진 인터미션, 치솟은 감정이 식기 전에 다음곡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내림나단조’를 연주해 줄 김태형이 기다려 졌다.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기교적 어려움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앞의 두 곡과 비교해 관악음과 현악음이 보다 강조되면서도 양 쪽의 음색을 모두 아우르는 피아노의 강렬한 화음이 인상적이다.

조성진과 김진욱의 연주가 지친 심신에 활력을 전해 여름을 잊게 해줬다면, 김태형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내림나단조’는 청명한 가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관악기, 특히 플루트를 타고 흘러나오는 청명함과 현악기가 전하는 농후한 격정, 김태형의 선율은 그 모두를 아우르며 감성의 계절, 가을에 대한 설레임을 전해왔다.

그리고, 정점으로 치달은 곡의 클라이막스, 피아노의 강렬한 마무리는 객석에 앉은 몸을 들썩이게 만들며, 연주가 끝나고 끝없이 이어진 박수갈채를 완성했다.

지휘를 맡은 김대진 감독과 세명의 젊은 거장이 함께 인사를 전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명 한명 자리를 떠날 동안 박수갈채로 뒤덮인 무대 위, 오늘의 사명을 다한 피아노가 젊은 거장들에게 전해받은 열기를 머금고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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