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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니깐 존재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보는 것이 믿는것’·‘기이한 풍경’
‘시각을 넘어서’, 3가지 섹션으로
보는 것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
사진을 보는 새로운 시선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특별전 ‘사진의 눈’

포장된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숲길을 따라 구불구불난 도로를 쫓다 보면 어느새 일상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자못 신비롭다. 물론 도착해 보면 말쑥한 현대식 건축물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술관 중심에 자리잡은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따라 나선의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또 새로워서 찾는 맛을 더한다.지난 13일 미술관은 제6전시실에서 미술관과 미술은행 소장품으로 구성된 사진 특별전 ‘사진의 눈’을 개최했다.최근 카메라 구입 여부에 흔들리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몸은 자연히 그 구불굴불한 도로로 향했다.

사진의 일반적인 속성은 기록이다.

기록이란 다분히 객관적인 개념이다. 기록의 속성은 예술의 영역에 들어선 사진이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또한 사진 작품이 자극하는 감각을 회화의 그것과 차별화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왼편으로 자리한 ‘보는 것이 믿는 것’ 섹션은 이러한 사진의 매력적인 자극에 빠져들 수 있다.

한경우의 ‘그린하우스’에서 부터 유현미의 ‘돼지 두마리’와 ‘거북이와 사다리’, 필립 라메트의 ‘비합리적인 명상’, ‘비합리적인 걸음’ 등의 작품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주는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샌디 스코글런드의 ‘금붕어의 복수’는 의문을 절정으로 인도한다. 수조 속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의 색감과 가득 찬 금붕어 그리고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여성과 앉아있는 남자아이 등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무너뜨린 연출은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하나로 정리되게 내버려 두지 않고 무수한 이야기를 생산한다.

‘사진’이기 때문에 실재할 것이라는 믿음과 경험을 통해 실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는 감각과 이성의 모순이 시각의 권위를 무너뜨린다.

 


두번째 섹션인 ‘기이한 풍경’은 전시장 중앙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이정진의 ‘바람’부터 토마스 스트루스의 ‘파라다이스 21, 브라질’, 한성필의 ‘나의 바다’ 등 19개 작품은 주로 자연 경관이 담고 있다.

전시장의 어두운 벽면과 맞닿아 신비로운을 더하는 이미지들은 카메라가 담아낸 육안을 넘어선 현실의 모습들이다.

카메라가 담아내는 모습이 현실과 같지 않음. 이는 최근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영역이다.

보다 ‘좋은’ 사진을 위해 카메라의 각도와 조명을 달리하는 연출도 ‘셀카’라는 신조어의 역사와 함께 일반에서도 제법 발달해 있다.

때문에 ‘기이한 풍경’섹션은 사진 촬영에 대한 보다 깊은 흥미를 끌어낸다. 자신만의 장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진에 담고 싶은 충동이 시선을 작품 속으로 보다 깊숙히 밀어 넣는다.

전시장 오른편으로 마련된 ‘시각을 넘어서’ 섹션은 벽면의 배경색이 흰색으로 바뀌며 한차례 시각을 환기시킨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레일이 있는 그랜드 캐년 남쪽 끝’을 시작으로 천경우의 ‘Brea thing#9’ 장원영의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등 11개 작품은 앞선 두 섹션의 작품들과는 다른형태의 작업을 택하고 있다.

특히 초점을 명확히 하지 않은 천경우의 작업은 사람들이 동일한 대상을 각기 다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듯 하다.

그런가 하면 장원영은 동일한 사진을 여러장 덧대 사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흔한 마을의 풍경이 담긴 바탕 사진 위로 사람의 형상으로 재단된 동일한 사진이 겹쳐져 있다.

누군가 낯선 건물을 가리키며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물어온다. 보지 않아도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어울림이 곧 삶이라면, 결국 어느 장소를 사진에 담아도 그 안에 삶이 있고, 어디를 바라보더라고 그 눈에는 삶이 담기는 것일지 모른다.

이처럼 이번 ‘사진의 눈’전은 보는 것의 의미를 다양한 방향에서 파헤지는 세가지 경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에 있어 시각의 문제는 결국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나아간다. 이는 곧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연관된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역시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을 것이다. 그저 보여지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행위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삶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만들어 내며 성장할 것인가의 노력은 특별함을 부여한다.

넉넉한 일정으로 내년 6월 29일까지 열리는 ‘사진의 눈’을 빌어 새로운 시선을 눈에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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