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지난해 4월 본보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남양유업의 ‘갑의횡포’가 올해 들어 전국민을 분노케 한 이후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로 사태가 일단락돼 가는 가운데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에게 회사가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과거 남양유업으로부터 피해를 봤던 대리점주들의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피해액을 다투면서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 입증책임을 대리점주에게 떠넘기는 등 진정한 사죄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박모(33)씨가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남양유업이 박씨에게 2천86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2011년 남양유업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박씨는 지난해 7월 밀어내기를 당해 주문한 648만원어치의 세 배에 달하는 1천934만원 상당의 제품을 공급받았다.
박씨는 초과 공급된 제품을 대부분 팔지 못하고 폐기했고, 결국 지난해 7월말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계약 당시 받은 냉장·운반장비 보증금을 비롯해 모두 800만원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박씨는 여기에 초과 공급으로 피해를 본 1천286만원을 더해 2천86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남양유업은 초과 공급량이 박씨의 주장만큼은 아니라면서도 정확한 피해액을 입증할 책임이 박씨에게 있다고 떠넘겼다.
오 판사는 전산 발주 프로그램인 ‘팜스21’에 기록된 정확한 주문량과 공급 내역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남양유업은 프로그램을 최근 폐기했다며 거부했다. 팜스21은 대리점주가 최초 주문량을 볼 수 없도록 해 밀어내기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남양유업은 보증금 역시 박씨가 장비의 수량을 확인해 후임자에게 인계해야 내줄 수 있다며 버텼지만 계약 당시 박씨가 받은 인수인계 내역서에는 장비의 정확한 수량조차 기재되지 않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오 판사는 남양유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박씨의 주장이 모두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오 판사는 “손해액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가 피고인 남양유업에 편중돼 있다”며 “남양유업은 형식적 입증책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증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법원의 조치에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비 보조금은 대리점 운영을 위한 일종의 권리금 개념으로 해석된다”며 “계약이 끝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