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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벽화골목 어귀에서 만난 ‘동심(童心)’

행궁동 전시 ‘대안공간 눈’

 

운치있는 안뜰·아담한 갤러리 인상
제1·2 전시실로 나뉘어져 구성돼
창작그룹 ‘다락방’·오은주 작가 등
오는 21일까지 작품 전시 한창

무더위에 내리는 비는 어디론가 피해버리고 싶지만, 공기를 서늘하게 식히는 비가 내릴 때면 유독 밖으로 나서고 싶어진다

특히 이런 날은 어느 정도 개방성을 갖춘 공간에 들어서고 싶다. 비는 피하되 공기는 공유할 수 있는 곳.

넓은 창문 밖으로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즐겁다.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토요일, 수원천 변을 지나다가 문득 행궁동에 자리한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이 머릿 속에 떠오른것은 이런 연유다.

행궁동 벽화골목 한 켠에 자리한 대안공간 눈은 운치 있는 안뜰과 아담한 갤러리, 그리고 무수한 작품들이 오밀조밀하게 어우러져 벽을 장식하고 있는 찻집이 인상적이다.

마침 하루 전인 금요일 새로운 전시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차가워지는 공기를 따라 행궁동 벽화 골목으로 들어섰다.

 

안뜰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하얀색 2층 건물이 갤러리다.

왼편 깊숙한 곳으로 문이 보이는 것이 제 1전시실이고 바로 오른편에 위치한 문이 제2전시실로 향하는 입구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 마침 4시부터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잠시 찻집에서 비를 피했다.

책과 그림이 가득한 찻집 벽면을 등지고 있는 넓을 창문 밖으로 푸르름을 짙게 머금은 안뜰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박힌다.

곧 제 1전시실로 향하는 작가들과 큐레이터를 따라 전시실로 들어섰다.

제 1전시실에서는 수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생 4명이 모인 창작그룹 ‘다락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최정숙, 김현아, 손현선, 이경아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다락방’은 어린시절 동심이 담긴 공간으로서의 ‘다락방’과 ‘많은 즐거움이 있는 공간’을 뜻하는 ‘다락(多樂)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장 왼편 벽으로 걸려있는 일련의 작품들이 최정숙 작가의 전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세잎클로버를 들고 있는 작가의 자화상이 그려진 작품을 지나면 그 끝에는 목판 위에 그려진 작품 ‘소통’이 걸려있다.

이어폰을 끼고 사는 자신과 딸을 주제로 했다는 ‘소통’은 서로를 향해 뻣어나간 이어폰의 선이 결국 어긋나 있다. 시선 마저 서로를 향하지 못하고 있는 모녀의 모습이 왠지 쓸쓸하다.

이어지는 작품들은 김현아 작가의 허브(Herb) 연작 들이다. 주로 나이프를 이용한 작업을 택해 언뜻 단조로와 보이는 작품에도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고 그는 설명했다. 치유의 상징인 ‘허브’라는 대상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려 그림을 그린다는 김 작가는 “자신이 위안을 얻는 그림이어야 보는 이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김현아 작가의 연작들과 마주보는 벽면에는 목재를 사용한 입체작품과 헝겁에 바느질을 통해 앙증맞은 동물들이 새겨진 손현선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작가는 부모로서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동물들은 삶을 함께하는 대상으로 새롭게 인식하면서 ‘ZOO’라는 테마 아래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고 한다.

네모 반듯한 몇몇 작품에 대해 “방석으로 써도 되느냐”고 장난스럽게 묻자 작가는 “작품이 단지 벽에 걸려있기 보다는 직접 사용되며 생활에 어우러져도 좋을 것”이라고 답해왔다.

1전시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작품들에는 종이배가 그려지거나 혹은 설치돼 있는 이경아 작가의 작업물들이 전시됐다.

안타깝게도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하지 못한 이경아 작가를 대신해 손현선 작가가 나섰다.

종이배를 모티브로 한 이경아 작가의 작품들은 특히 아크릴 물감을 넓게 펴 반건조상태로 만든 후 종이배를 접는 작업방식이 독특하다고 그는 소개 했다.

색색의 배경과 대조를 이루는 하얀 종이배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유영하고 있었다.

1전시실 보다 한층 아담한 규모의 2전시실에는 오은주 작가의 뜨개작품들이 알뜰하게 공간을 메우고 있다.

아기자기한 따듯한 뜨개질 인형으로 구성된 오은주 작가의 ‘네가 편안하기를’展의 주요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 중 Wild swans (11마리백조와 엘리자공주)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인형들이다.

동화 ‘11마리백조와 엘리자공주’는 새왕비의 저주로 백조로 변한 오빠들의 주문을 풀기 위해 무덤가의 가시 쐐기풀로 11벌의 옷을 짓는 엘리자공주의 이야기다.

오은주 작가는 “동화 속 엘리자 공주에게 뜨개질이 그러했 듯, 몇해 전 유희로 시작하게 된 뜨개질이 나에게도 마음의 쉼이 되는 자기치유 명상이자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을 향한 염원과 소망을 기도하는 작업이 됐다”고 한다.

설명을 이어가는 오 작가의 뒤로 눈을 지긋히 감고 뜨개질을 하고 있는 엘리제 공주 인형의 모습이 환한 고요함을 전해왔다.

전시실에는 작가의 그동안의 평면작업의 일부와 인형들도 배치돼 있었다. 특히 전시실 한쪽 바닥에 수줍게 자리한 선인장과 고슴도치 인형은 몸을 굽히는 수고를 마다하고 요리조리 살펴보게 될 만큼 귀여워서 전시실의 흰 벽면이 주는 차가움을 데울 만큼 포근한 느낌을 전해왔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까페로 돌아와 작품의 감상을 다시금 음미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번 두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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