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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이슬방울

/위선환

이슬방울은 왜 납작하지도 모나지도
뿔이 돋지도 않느냐고,
구태여 둥글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다 당신은 여러 해를 걸었고
여러 해를 걸은 발부리가 닳아서 둥글해진 것 말고는

그런 다음에도 당신은 여러 해를 더 걸었고
여러 해를 더 끌려온 발뒤꿈치가 닳아서
둥글해진 것 말고는

아직도 당신은 여러 해째를 더 걷는 중이고
발뒤꿈치는 더욱 닳아서 맑아진 것 말고는

이슬방울이 둥글한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묻다 그래도 돌아보지 않는지, 눈 동그랗게 떴다

-- 위선환 시집 『두근거리다』(문학과지성사, 2010)

 

이슬방울이 맑고 둥근 이유를 우리들의 인생 발걸음에서 해답을 찾게 하는 시다. 누구나 인생은 여러 해를 걸었고 걸은 발부리가 닳아서 둥글해지는 것, 여러 해를 더 끌려온 발뒤꿈치가 닳아서 둥글해진 것, 아직도 여러 해째 더 걷는 발꿈치가 더욱 닳아서 마침내 맑아진 것에서 이슬방울이 둥글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유랑자일 수밖에 없는 인생은 긁히고 상처받고 닳고 닳아 모서리가 사라지고 마침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시작과 끝이 하나로 만나 원을 이루는 그 영원한 시간 안에 우리도 원처럼 공처럼 둥글게 살아가야 하는 이슬방울 같은 존재라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우리의 시간이 이슬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느 날 새벽 막 피어나는 꽃잎에 앉을 수만 있다면, 마치 이슬방울이 원(圓)으로 원(願)없이 부활하듯이 저녁마다 내 발꿈치를 돌아보고, 새벽마다 그의 눈물을 돌아보며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도록 영혼의 울림을 주는 맑은 이슬 같은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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