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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여린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 오롯이 담겨

 

불멸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 2차 대전이 일어난 후, 마음이 예민하고 몸이 허약하던 버지니아 울프는 남편 레너드의 짐이 될 것을 두려워해 우즈 강에 몸을 던져 59세의 삶을 마쳤다. 이 책은 그가 1941년 3월 코트 주머니에 돌을 채워 넣고 우즈 강을 걸어 들어가 생을 마감하고 난 뒤에 발굴된 원고들을 모은 것이다.

‘존재의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1976년에 처음 책으로 묶을 때 에디터로 유고를 정리한 슐킨드(Jeanne Schulkind)가 2부 ‘과거의 스케치’에 나오는 표현에서 딴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존재의 순간은 충격이나 깨달음, 계시 같은 것을 느끼는 순간으로, 개인이 존재의 실체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을 말한다.

총 3부 중 1부는 그녀의 첫 소설 ‘항해(The Voyage Out)’를 발표하기 8년 전인 1907년경,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조카(줄리안 벨)에게 보낸 글로 구성됐다. 조카 줄리안 벨에게 그의 어머니 바네사 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그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유년 시절에 관한 내용이다.

2부는 언니 바네사의 독촉을 받고 쓴 글로 1939년 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4개월 전까지 쓴 글이다. 영국 예술비평가 로저 프라이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에 느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글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분위기에서 죽음을 예감하며 쓴 것으로도 추측된다. 1부와 2부는 버지니아 울프가 회고하는 시기가 서로 겹치지만 집필 시기가 서로 다른 만큼, 동일한 시기를 바라보는 조금은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3부는 ‘회고록 클럽’의 회원들 앞에서 읽기 위해 쓴 것으로 문학적으로 성숙돼 가던 시기의 글이다. 이 모임이 강조한 것은 자신의 글에 절대적으로 솔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도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아버지가 다른 오빠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겪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20세기 문학의 대표적 모더니스트이자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군 선구적 페미니스트, 당대의 뛰어난 비평가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울프의 여린 감수성과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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