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구름많음동두천 24.0℃
  • 흐림강릉 24.9℃
  • 흐림서울 24.8℃
  • 대전 25.5℃
  • 흐림대구 29.6℃
  • 흐림울산 26.5℃
  • 박무광주 24.5℃
  • 흐림부산 25.9℃
  • 흐림고창 25.0℃
  • 흐림제주 28.4℃
  • 구름많음강화 23.8℃
  • 흐림보은 25.2℃
  • 흐림금산 26.0℃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7.1℃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100일, 1000일 그리고 10년… “우리가 연인 맞아?”

 

KBS수원아트홀 ‘러브액츄얼리-첫번째 사연’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시작으로 3월 14일 화이트데이까지 2월에서 3월은 연인들을 위한 기간이다. 특히 대학 신입생들의 본격적인 학교 생활이 시작되는 3월은 새로운 커플들이 싹을 틔우는 달이기도 하다.

연인들이 보기 좋은 연극을 생각할 때 자연스레 머리에 떠오르는 두 편의 작품이 있다. 바로 ‘싱글즈’와 ‘러브액츄얼리’다. 동명의 영화가 있는 만큼 두 편 모두 이름이 익숙한 작품이다.

‘싱글즈’가 서른살을 앞둔 싱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러브액츄얼리’는

연애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커플들에게

조금 더 가까운 연극이다. KBS수원 아트홀에서 지난달 14일 부터 공연중인 ‘러브액츄얼리-첫번째사연’을 찾았다.


한 커플의 연애초 100일에서부터
10년까지의 연애 과정 보여주며
연애의 ‘시간’에 대한 의미 전해

공연장을 찾은 커플들을 위한
문자사연 소개 이벤트도 진행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이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을 통해서다. 감독을 맡은 리차드커티스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은 영화가 ‘러브액츄얼리’다.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열 한 개의 사랑 이야기가 균형을 잡으며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 ‘러브액츄얼리’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로 손꼽힌다.

 


 


때문에 처음 연극 ‘러브액츄얼리’를 접하면, 영화에서와 같이 다양한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100일커플, 1000일커플, 10년 커플’이라는 문구는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연극은 한 커플이 겪는 100일, 1000일, 그리고 10년의 이야기다.

‘설정상’ 잘생긴 남자는 일면 건들건들 해 보이지만, 연애에서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애 초기인 100일, 친구의 바람잡이에 넘어가 여자친구와의 여행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남자가 군대를 전역한 예비역이 되고, 여자는 어느새 취업전선에 뛰어든 1000일. 이들은 이제 얼굴만 보면 싸우는 권태기의 커플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한 속 내. 결국 잠시간의 이별을 겪는 이들의 모습은 한동안 객석을 침묵시킨다.

그리고 10년 차. 자주 데이트를 즐기던 학교 공원을 찾은 커플은 배달음식과 함께 낮술을 마실만큼, 친구인지 연인인지 조차 아리송해 졌다. “나와 사귄 것을 후회하느냐”는 남자의 물음에 대한 여자의 대답은 오랜 연인만이 주고 받을 수 있는 가볍고도 담백한 진심이다.

 


 


공연장을 찾은 지난 1일은 연인들로 객석이 가득찼다. 오픈라디오 형식을 빌려 진행된 공연의 사회를 맡은 멀티맨은 100일과 1000일, 10년 차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는 중간중간 나서 무대 위의 이야기를 사연을 전하 듯 풀어내는 한편으로 객석의 커플들에게 연애와 관련한 문자 사연을 받아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갑작스럽게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 커플 관객들의 장난스런 문자들 사이로 종종 진심이 담긴 사연이 멀티맨의 입을 통해 소개될 때면 객석 분위기가 잔잔해 졌다. 10년 차를 맞은 커플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자연스레 객석의 한 남성을 무대로 불러 함께 온 여성에게 말을 건네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 만남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남자의 진심 어린 말에 객석은 박수로 격려했다.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 ‘러브액츄얼리-첫번째사연’은 연애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단어를 조금 달리하면 연애의 ‘햇수’대한 이야기로도 표현할 수 있겠다.

얼마전 대학 선배의 결혼 소식을 접했다. 02학번인 선배의 결혼 상대는 같은 학번의 여선배. 선배가 대학 1학년 때부터 커플이었으니, 그 둘은 벌써 12년이란 세월을 함께했다.

종종 “아직도 사귀냐”는 우스게를 나누기도 했지만, 언제부터 였을까. 연애의 ‘햇수’가 아닌 연애의 ‘횟수’에 더 집착하게 된 것은. 돌아보면 오래 함께 할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는 방황에 대한 변명이었을지 모른다. 어느덧 ‘오래된 연인’이 될 수 없는 나이가 됐음에 스스로가 측은하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리차드커티스 감독의 최근작 ‘어바웃 타임’의 OST를 여전히 듣는다. 공교롭게도 그 제목이 ‘How long will i love you’다.

극단 집 작품. 김승가, 권형민(커플 남), 엄선영, 허고원(커플 여), 임우현(멀티맨) 출연. 전석 3만원. 오는 30일까지.

 


 


/박국원기자 pkw09@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