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6 (금)

  • 구름많음동두천 32.0℃
  • 구름많음강릉 31.4℃
  • 흐림서울 32.0℃
  • 흐림대전 32.2℃
  • 구름많음대구 32.3℃
  • 구름많음울산 31.2℃
  • 광주 29.3℃
  • 구름많음부산 31.8℃
  • 흐림고창 28.9℃
  • 제주 28.9℃
  • 구름많음강화 32.6℃
  • 흐림보은 30.8℃
  • 흐림금산 31.3℃
  • 흐림강진군 27.3℃
  • 구름많음경주시 34.0℃
  • 구름많음거제 30.4℃
기상청 제공

‘情 담뿍’ 따뜻한 밥 대접에… 어르신들 외로움 ‘사르르’

 

■ 안양 ‘환경사랑의급식소’ 13년째 노인 무료 배식

“우리 같은 노인들이 함께 밥도 먹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안양시 안양4동에 위치한 ‘환경사랑의급식소’를 찾은 한 할머니는 “이곳에 오면 외롭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광준 회장 2002년부터
복개천서 컨테이너 2개로 시작
현재 하루 두번 250명 대접 ‘보람’
봉사자들 “부모님께 효도하듯”


경기 어려워 방문자 늘지만
후원 줄고 건물 비울 형편 ‘고충’


어르신들 “밥 먹고 이야기 나눠
유일한 낙… 제일 맛있어”




지난 1일에도 어김없이 무료로 점심을 제공 받기 위해 무료 급식소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오전 8시40분에 문을 열었지만 이미 100명 이상의 노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에서는 오전 11시10분과 40분에 각각 2번씩 모두 250여명의 점심을 매일 배식하고 있다.

예전엔 좀 늦게 도착하더라도 점심을 해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이곳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급식소까지 20여분을 걸어 왔다는 한 할아버지는 다른 노인들이 식사하는 모습만 쳐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봉사자들은 식판을 사용하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혹시 넘어지기라도 할까 정성껏 상을 차린다.

특별한 것 없는 반찬인데도 어르신들은 이곳의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한다.

하루 일과 중 환경사랑의급식소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 밥 한끼 먹고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인 것이다.

“하루 평균 40~50여명의 어르신들이 식사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3년째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광준 회장은 “경기가 어렵다 보니 후원의 발길도 예전같지 않은데 찾아 오시는 어르신들은 늘어만 간다”며 “매일 반복되는 안타까움을 지켜 보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사랑의급식소는 안양에서 유일하게 개인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안양시 지원도 받고 있지만 하루 200명이 훌쩍 넘는 노인들이 급식소를 찾다 보니 보조금으로는 균형이 맞지 않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한 안양시도 올해 보조금을 상향 조정해 지급하기로 계획했으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추가 보조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급식소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르신들의 식사도 문제지만 현재 급식소 건물이 경매 중이어서 당장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할 판이다.

박 회장은 “여건이 풍족한 복지관이나 교회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급식소지만 이곳은 추위를 버티기에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언제 건물을 비워줘야 할지 몰라 마음이 조마조마 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박 회장은 무료 급식소 봉사만큼은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예정이다.

“물론 어려움이 많지만 이곳을 알고 찾아 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식사를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갑자기 문을 닫아버릴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무료급식소의 문을 닫는 일은 없어야겠죠.”

다행히 어려움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아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어느 단체는 쌀을 가져다 주기도 하고, 어느 단체에서는 급식봉사를 나와 주기도 한다”는 박 회장은 “시장 상인들은 물론 병원, 아이의 봉사 활동에 동행했다가 도와주기 시작한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김석천 소장은 “12년 전 박 회장이 복개천에서 무료급식을 막 시작했을 때 만나 함께 일을 해왔다”며 “어른들에게 급식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생전 어머니에게 효도를 못한 것을 이곳에 오는 지역 어른들에게 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급식 봉사를 하게된 계기를 말했다.

이어 “이곳에 오는 어르신들은 나에게는 아버지고 어머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곳은 밥만 주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자식들과 떨어져 살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쉽지 않다”며 “식사도 혼자 외롭게 한다. 하지만 이곳에 오면 친구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밥을 먹어 맛이 없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02년부터 두 개의 컨테이너를 이용해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 배식을 시작한 환경사랑의급식소 봉사자들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안양=이동훈기자 Leeds@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