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설립 인가를 받은 부천 모 아파트의 재건축 조합장 A(59)씨에게 조합 감사 B(당시 45세)씨는 가시 같은 존재였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국회의원 3명의 비서와 정책실장을 지낸 B씨가 회의 때마다 조합비 지출 등 조합 운영 문제 등 번번이 딴죽을 거는 탓에 조합장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B씨가 조합 이사회 회의에서 ‘무능하다’며 A씨에게 조합장을 그만두라고 소리쳤고, 화가 난 A씨는 평소 자주 찾던 게임장 직원 C(47)씨에게 현금 500만원을 주고 강도로 위장해 B씨를 폭행하라고 지시했다.
C씨는 2004년 5월 11일 태권도 유단자인 친구(39)를 끌어들여 잠복하다가 B씨가 나타나자 둔기로 머리를 2차례 때려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 뒤 달아났고, B씨는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0일 뒤 심정지에 의한 뇌손상으로 결국 숨졌다.
당시 경찰은 B씨와 평소 갈등을 빚던 A씨를 의심하고 범죄 연관성을 수사했지만 치밀한 A씨의 사전 준비를 알아채지 못했다.
A씨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C씨가 범행을 저지를 시각을 계산해 온라인 게임을 했고, 부검의도 두개골 골절보다는 관상동맥 경화로 흔히 일어나는 심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초 ‘C씨 등 2명이 돌로 재건축조합 감사의 머리를 때려 살해했다’는 제보자의 진술을 확보한 뒤 B씨의 변사 사건 기록을 재검토, A씨의 통장 거래 내역을 파악해 C씨에게 현금이 넘어간 흔적도 찾아냈다.
인천지검 강력부(정규영 부장검사)는 평소 갈등을 빚던 지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강도살인)로 A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또 B씨가 사망한 뒤 혼자 딸을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족을 위해 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생계비 1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른 유족지원금도 알아봤지만 사건 발생 후 최대 5년인 청구기간이 이미 지나 불가능했다”며 “유족들의 억울한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 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천=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