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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로 던져진 통렬한 메시지

러시아 문인 ‘옙투셴코’ 시 바탕으로 제작
젊은이들의 각성 촉구… 끝없는 변화 주장
의정부음악극축제 폐막작 ‘넷렛’

 

지난 9일 시작해 18일을 끝으로 의정부음악극축제가 막을 내렸다. 많은 축제가 취소를 결정하는 와중에 열린 행사라는 점에서 적잖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을 터다. 그러나 그 면면에서는 축제를 진행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13일과 14일 무대에 오른 폴란드 오폴레 극장의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한 욕망을 냉소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새롭게 비틀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극속 인물들이 왕과 귀족이 아닌 폭력조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피아’라는 표현이 연일 매스컴에서 회자되는 시기에 오늘날의 정부인사라 할 수 있는 왕과 귀족이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표현되고 있는 극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리고 17일과 18일 폐막작으로 선정된 러시아 타캉카 극장의 ‘넷렛’ 역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반영된 작품이었다.

러시아의 문인 ‘예부게니 옙투셴코’의 삶과 시 그리고 그와 관계한 이들이 옙투셴코에게 전한 말과 글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국내에는 아직 낯선 ‘시극’이다. 시가 중심이 돼 낭송되며 시의 분위기에 맞춰 무대 위에선 노래와 춤,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진다.

표면적으로는 춤과 노래와 시가 어우러진 공연이지만, 그 주요한 소재가 옙투셴코라는 시인이 되면서 극은 단순한 가무극을 넘어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옙투셴코는 소련의 사회·문화의 모순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예술의 자유를 주장한 시인이다. 공연 내내 그의 시를 통해 전해지는 주된 메시지는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번역상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로 표현된 제목 ‘넷렛’은 나이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의 ‘자유’를 이야기 하며, 젊은 이들의 의식적 각성을 촉구한다. 옙투셴코의 시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에 대한 통렬한 비난과 동정은 끊임없는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비유와 상징은 현실 또는 현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 이 두가지 방편은 현상에 대한 사유를 1차적인 감성으로 고정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의 확장으로 이끈다.

이러한 비유와 상징이 ‘문자’를 빌어 집약된 장르가 곧 ‘시’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들은 그래서 시인 자신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사회를 넘어선 자기 비판을 끌어낼 수 있다.

시극인 ‘넷 렛’은 이런 시의 특징에 음악과 춤으로 감성의 깊이에 대한 밀도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자막에 의존해 관람해야 하는 극임에도 관객에게 눈물을 끌어낼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시의 내용은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것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경험과 함께 시의적인 주제의식을 지닌 작품들과의 만남은 이번 의정부국제음악극 축제의 가장 큰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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