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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다

 

지난 1992년, 호남 최대의 폭력 조직인 국제-PJ파의 두목으로 내몰려 4년을 복역하고, 이때의 전과로 인해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시 4년 2개월을 복역해야 했던 저자 여운환의 증언과 당시의 사건 기록을 담은 책.

저자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방적 주장은 배제하고 있으며,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이 언론을 통해 발표한 말과 출판물, 법정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서울 남부지청에서 근무하던 홍준표 검사가 전(前) 대통령 일가의 노량진수산시장 이권 개입 사건을 들추어낸 뒤 광주지검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작된다.

지방에서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던 저자는 프랑스로 출장을 간 사이 홍 검사에 의해 조폭두목으로 지목돼 수배령이 내려진다. 급히 입국한 저자는 홍 검사에게 전화를 걸고, 그에게 자신이 수배령을 내리면서 사전구속영장까지 신청했기 때문에 광주로 내려오는 즉시 구속될 수 있으니, 상황이 정리된 뒤에 광주로 내려오라는 언질을 받는다. 스스로 수배령을 내린 범죄자가 구속될까 봐 검사가 걱정을 하는 형국이다. 저자는 홍 검사가 사무적인 실수한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에 머물며 상황이 정리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상황은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저자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이들은 거물급 조폭 두목을 싸고도는 비호세력으로 둔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된 김 씨가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돼 형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조폭 수괴’로 5년형을 받은 김 씨가 제출한 탄원서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저자가 새로운 두목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후 법정 공방이 진행되면서 김 씨의 탄원서가 검찰에 의해 종용된 거짓이었다는 사실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모든 ‘진술’ 역시 거짓이었음이 판명된다. 하지만 1992년 5월 18일, 법정은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대해 ‘효력 없음’을 판명하면서도 ‘범죄의 동일성’을 들어 저자에게 ‘자금책 및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죄명으로 5년형을 내리고, 2심에서 4년형으로 감경된다.

그렇게 저자는 ‘깡패 두목’으로 세인들에게 인식됐고, 불행이 시작됐다. 한번 붙은 꼬리표는 2000년대 초 이용호 게이트 사건에서 그의 인생을 다시 한 번 수렁으로 내몬다. 저자는 당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모든 혐의를 벗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비화시킨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로 결국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돼 4년형을 받는다.

억울함에 출소를 1년 앞둔 시점에 저자는 ‘재심 청구’를 목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용호를 위증죄로 고발 하지만 도리어 저자의 변호사가 이용호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저자는 무고죄 등으로 1년 2개월의 형이 추가된다.

이용호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이용호 게이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법정은 저자에게 무고죄를 내리는 것으로 모든 사건을 결론 짓는다. 그리고 처음, 그를 불행으로 밀어넣은 국제-PJ파 사건은 2014년 현재까지도 두목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책의 내용 곳곳에서 당시에 대한 의문점들이 고개를 들때마다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저자는 다만 이 책을 통해 잘못된 공명심과 파괴적이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경계를 호소하고 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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