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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전문가가 도와드립니다”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
KBS 수원아트홀, 내달 8일까지


사랑을 이뤄주는 전문 회사 등장
영화 ‘시라노…’와 소재 유사
영화와 서로 다른 부분 찾아보며
연극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 선사

털털함과 활달한 성격을 자랑하는
여자 주인공 ‘준희’ 매력 돋보여

사람은 누구나 고민을 갖고 살아간다. 고민은 걱정을 낳고 걱정은 능률을 저하시킨다. 하지만 이 고민과 걱정은 사유하는 동물인 인간에게는 숙명과도 같아서 이 것 없이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메디라는 장르가 가지는 의의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잠시나마 고민과 걱정을 미뤄두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 유희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에게 즐거움은 삶에 필수적인 요소다.

어두운 사회 분위기가 한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고, 지방선거로 또 다른 고민거리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타이밍에 가벼운 코메디 장르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중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면서 인간의 또 다른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남녀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는 로멘틱 코메디는 클리셰의 뭉치라 불리면서도 유쾌함과 달달함의 공존을 무기로 꾸준히 사랑 받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인 만큼 너무도 오래도록 소모돼 오면서 걸출한 극작가와 연출가들에 의해 조면돼 온 사랑이야기는 관객에게 신선함을 주기에는 더 없이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미혼의 2~30대 관객들에게는 가장 선호된다.

지난 14일 부터 KBS수원아트홀서 공연 중인 로멘틱코메디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간략한 줄거리 소개에서 영화 ‘시라노연예조작단(2010)’을 떠올리게 만든다.

로멘틱코메디라는 장르에 사랑을 이뤄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의 등장으로 신선함과 차별화를 꾀했던 영화 ‘시라노연예조작단’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이러한 설정이 유사하게 사용된다. 짝사랑하는 남성과의 사랑을 꿈꾸는 의뢰인 ‘준희’는 ‘고대로’의 도움으로 오랜 짝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딘가 허술한 준희와 준희보다 더 허술해 보이는 고대로의 첫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하고, 결국 로멘틱 컴퍼니를 운영하는 강태범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태범의 설계(?)를 받으며 차명석과의 만남을 시작하는 준희. 그러나 일자리를 구해 함께 태범의 밑으로 온 고대로와 준희 콤비의 허술함이 아직은 벅찼는지 태범의 첫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태범은 프로 답게 준희와 명석의 로맨스를 정상 궤도로 올려두는 데 성공하고 준희는 명석의 고백만을 앞둔 상황으로 급속히 발전하게 된다.

여러모로 영화 ‘시라노연예조작단’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영화 역시 원작이 있으니 영화와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배다른 형제인 셈이다.

때문에 닮았으면서도 서도 다른 부분을 찾아보는 것은 연극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된다. 우선 사랑을 이루려는 주인공의 성별이 다른 점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직 여성이 고백하고 남성이 고백 받는 문화가 자연스럽지 못한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사랑을 쟁취하려는 여성이라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보다 매력적이다.

한물간 하이개그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털털함과 활달함이 강점인 준희의 성격은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소소한 재미와 긴장을 유지 시킨다.

여기에 천방지축으로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고대로의 활약과 에너지는 극을 이끄는 주요한 요소다. 기분이 다운된 관객이라면 그 기를 받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와 반대로 태범은 신중하고 또 사려깊은 타입이다. 준희의 일을 맡기 직전 옛 연인의 결혼 소식을 접한 그는 사랑 전문가이면서 자신의 연예사는 어쩌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져 ‘사랑을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극의 핵심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중반 이후 준희에게 점점 빠져드는 그의 모습은 이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익숙한 소재인 만큼 감동을 찾아야 하는 연극은 아니다. 연극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로멘틱 코메디의 ‘로맨스’와 ‘코메디’ 중에서 코메디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한바탕 웃고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 보다 권하고 싶은 작품.

그러나 깜찍하고 사랑스런 마지막 반전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그리 간단한 연극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변아로미, 차승민, 문성운, 이진실 출연, 6월 8일까지.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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