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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이미지의 패러다임 변화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이미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문자로 그린 그림’이다. 이러한 기술적 형상은 그 아래에 복잡한 텍스트를 깔고 있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이미지’는 눈에 보이나, 그 바탕의 텍스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2008년부터 기술미학연구회(예술가, 인문학자, 엔지니어)와 함께 미학 이후의 미학인 디지털 미학, 미디어 미학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쉬지 않았던 진중권. 그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등장한 제2차 영상문화, 제2차 구술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미지 인문학’을 출간했다.

1장, ‘디지털의 철학’에서는 빌렘 플루서의 논문 ‘디지털 가상’을 중심으로 먼저 디지털의 존재론과 인간학을 살핀다. 이는 책 전체에 철학적 준거를 제공한다.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가상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이미지를 낳았다. 여기서는 주술시대의 세 가지 전설을 인용해 디지털 가상이 과거의 아날로그 영상과 성격이 전혀 다른 ‘기술적 마술’의 산물임을 부각시킨다.

2장, ‘리얼 버추얼 액추얼’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약화시키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해 살핀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오늘날 현실과 가상은 서로 자리를 맞바꾸고 있다. 플라톤 이후 철학이 가상을 그저 허구로 여겼다면, 오늘날 가상은 그냥 가짜가 아니라 실현해야 할 잠재성으로, 그리하여 또 다른 모드의 실재로 정의된다.

3장 ‘파타피직스’는 한때 초현실주의의 미학적 원리에서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가 된 ‘파타피직스’에 대해 설명한다. 파타피지컬한 인터페이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세대는 당연히 ‘현실’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3장은 디지털 대중이 파타피직스의 원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을 기술하고, 그 양상을 ‘게이미피케이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어 4장 ‘지표의 상실’은 최후의 사진 이론인 바르트의 ‘푼크툼’ 이론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존립 근거를 잃는 과정을 돌아보며, 마지막 장인 5장 ‘실재의 위기’는 사진매체의 본질로 여겨졌던 지표성이 사라진 디지털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처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을 때, 아날로그 매체와 구별되는 디지털의 특성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한 오늘날, ‘디지털’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 됐다.

이미지를 텍스트로, 텍스트를 다시 이미지로 변환하는 디지털 기술은 일상으로 체험된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 이미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책이 사람을 형성했다면,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저자 진중권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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