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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흙 내음 따라 삶이 흐르고 바람 따라 이야기 속삭이네

가벼운 배낭 메고 전철 타고 떠나
두물머리 보이는 양수역에서 시작
시골동네 지나 30.2㎞ 걷는 1·2코스

양평시장~용문면 3코스 올 가을 개발
남한강변 따라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양근나루터·상원사 동종 등 역사 공존
빼어난 산세 도보여행객 즐거움 선사
‘양평 물소리길’ 진화하는 1~3 코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물 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김재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흙의 내음을 실은 바람을 맞이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곳은 바로 양평의 ‘물소리길’.

물로 만든 거울인 남한강의 속삭임과 발을 맞대어 흙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나그네 길이다.물소리길은 2010년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인연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켰다.
 

 

 


■ 진화하는 물소리길

물소리길은 무엇보다도 배낭 하나만 준비하고 가까운 전철역을 이용해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쉽게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멀리 내다보이는 수도권전철 중앙선 양수역에서 시작해 고들빼기마을, 전원일기마을, 단풍마을, 들꽃마을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시골동네를 지나 몽양 여운형 생가, 양근향교, 들꽃수목원, 천주교 양근성지, 양평군립미술관 등 양평전통시장까지 1·2코스로 나눠 총 30.2㎞를 걷는다.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져 주말이면 많은 도보여행객들이 찾아오는 오는 물소리길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양평군은 기존 1·2코스에 더해 양평시장부터 용문면까지 약 41㎞이르는 3코스를 이르면 올 가을 중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코스가 정겨운 마을들을 지나는 코스였다면 새로 개발 중인 코스는 남한강변과 흑천의 옆구리를 따라 가다가 추읍산을 관통해 정철의 관동대로인 용문면, 민족정신이 담긴 상원사, 천년 고찰 용문사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코스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새로운 물소리길

새로 개발되는 물소리길에는 어떠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사람냄새 풍기는 양평시장을 지나면 양근나루터가 반갑게 인사한다. 조선 중기 광해군 당시의 조정은 선조 때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당쟁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 택당 이식, 현곡 정백창, 소암 임숙영 등은 정치에 등을 돌리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 이곳 양근나루터에서 도덕적·문학적으로 소극적인 저항의식을 펼쳤다.

물 거울 같은 남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흑천이 나온다. 물빛이 검게 보이는 과거 경강상인(京江商人)들이 한양을 가던 중 비가 오거나 풍랑 등을 만나면 흑천리에 있는 주막에 잠시 들러 해장국과 막걸리로 허기를 달래며 쉬던 곳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양평해장국 유래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기록을 동리촌명(洞里村名)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양 장안까지 입소문이 퍼져 서울의 한량들은 겨울에 얼음길을 이용, 양평해장국을 주문해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도 흑천을 따라 4㎞ 정도 걷다 보면 원조해장국이라 불리는 신내해장국집이 자리잡고 있다.)

흑천을 따라 올라가면 추읍산이 보인다. 추읍산은 음기가 있어야 자란다는 버섯이 자라지 않을 정도로 양기가 풍부한 산이다.

추읍산을 빠져 나오면 용문면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 읽어봤을 송강 정철(鄭澈·1536~1593)의 관동별곡에 ‘말을 갈아타고 흑수(黑水)로 들어가니 섬강(원주 섬강)이 어디더니 치악(원주 치악산)이 여기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흑수’는 여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행정구역으로 따진다면 용문면을 말한다. 이곳 용문면에는 5·10일장이 서는데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산나물, 채소 등이 유명하다.

코스 막바지에 이르는 상원사에는 아직까지 진위여부를 연구 중이지만 우리나라 최초 제야의 종 타종으로 쓰였다는 상원사 동종이 기다리고 있다. 옛 상원사는 1907년 정미의병 봉기 때 일본군이 항일의병을 소탕한다는 구실 아래 용문산 산 속에 있는 사람들을 불태워 버렸다. 상원사도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타 소실된 것을 중창한 절이다. 이곳에 서면 나라를 되찾고자 목숨을 바친 선배들에 함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코스 마지막인 용문사는 마의태자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1천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용문사와 역사를 같이한 용문산은 이름처럼 거대한 용을 연상시킨다. 예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빼어나며 골이 깊어 ‘경기도의 금강산’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양평의 물소리길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류범영 군 관광진흥과장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에 평화를 얻고 도시의 삶에서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물소리길을 만들어 가겠다”며 “많은 분들이 물소리길로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평=김영복기자 k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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