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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을 이어온 우정 우린 그저 ‘친구’ 였을까…

道문화의 전당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친구와 연인 사이 오가며 지내온
중년커플 ‘정민’과 ‘연옥’ 이야기

1970년대 쓰여진 페미니즘 소설
‘샤를과 룰라의 목요일’ 모티브

2012년 초연 이후 꾸준히 ‘인기’
조재현·박철민·배종옥·유정아 출연
13·14일 의정부예술의전당서 공연

물론 예쁘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나를 끌어 당긴 것은 그녀의 털털한 성격인지도 모른다.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논쟁을 벌여도,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여는 여자들처럼 기분을 맞춰줘야하는 부담이 없다는 것은 그녀만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섣부른 고백이 우리 사이를 영영 갈라놓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스스로에게 보다 긴 준비의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녀가 일 때문에 외국으로 떠났다. 그다지 진취적이지 못한 나는 그녀의 그런 삶이 부담스럽다. 또한 내게 아무런 상의도 없이 그 먼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녀에게 또다시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됐을 무렵. 그녀와 파리에서 몇일을 함께 보낼 기회가 왔고, 나는 이번 기회에 그녀와 나 사이를 한번은 정리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함께 있는 중에도 자신의 일에 바빴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사는 듯한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남들이 듣는다면 어림 없다 할, 단지 ‘친구’ 사이로 그녀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은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보는 내내, ‘그(서정민)’의 입장에서 떠오른 이야기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서정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열심히 탐구하며, 그의 스토리를 머릿 속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SNS를 통해 떠돌던 동영상에서 한 여성 강사가 남편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고마워”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도움이 됐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임을 표현해 주는 것을, 남자들은 좋아한단다.

젊은 시절, 한참을 소위 ‘썸’을 탔지만 결국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결국은 이혼한 역사학자 정민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강건한 연옥 앞에서 몸서리치며 외친다. 한번이라도 네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한번도 내게 도와달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에 ‘친구’라는 선에 만족해야 했지만, 30여년을 그녀의 곁을 맴돌았던 정민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듣고 싶었던 말은 ‘도와달라’는 또는 ‘고맙다’는 한마디 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찌감치 집을 나와 홀로서기로 세상을 살아온 연옥에게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거부감이 드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연옥은 정민을 특별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런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 2012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30여년간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며 지내온 중년 커플 정민과 연옥의 이야기다.

모티브가 된 원작, ‘샤를과 룰라의 목요일’이 1970년 대 쓰여진 페미니즘 소설이지만, 연극에서는 특별히 페미니즘적이라고 할만한 색깔은 드러나지 않는다.

남다른 향상심을 가진 여성과 50이 넘어서도 깐족대는 남자 캐릭터가 이질적이지 않은 것은 반대로 시대가 그만큼 변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인물의 외견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대화에 초점을 맞추면, 그들은 여전히 사랑에 흔들리는 청춘의 한 가운데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극의 중심이 되는 목요일의 토론 장면들에는 20대에서 50대까지의 연령이 모두 공감할 수 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힘은 여러 텍스트들과 사회 안밖으로 널려있는, 다양한 사랑의 담론들이 자연스럽게 한 작품에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무대 위에서 몇 줄 대사로 밖에 드러나지 않는 내용들이 머릿 속에서 제멋대로 가지를 뻣어가며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원인이다.

초연 당시 한차례 호흡을 맞춘 조재현·배종옥과 함께 이번 공연에 캐스팅된 배우 박철민이 연기하는 정민은 그의 이미지와 캐릭터의 이미지가 더 없이 맞아 떨어지며, 유정아 역시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종군기자인 연옥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연애와 결혼에 보수적인 장년층 관객에게는 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의 3~40대에게, 그리고 해가 갈 수록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작품.

정민 역에 조재현·박철민, 연옥 역에 유정아가 출연하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오는 13일과 14일에는 의정부를 찾는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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