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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가방 든 사랑의 손길로 ‘똑똑’… “딸보다 반갑네”

 

■ 안성시 ‘날개 없는 천사’ 가정 방문 간호사

“가정 방문 선생님들이 오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딸 같은 이들의 고마운 보살핌이 너무 미안하고 행복합니다.”

안성시 가정 방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아파서 스스로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생각에 따라서는 축복이다. 아프지만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은 만성질환자들과 장애인, 노인 등은 지금 이 시각에도 보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홀로 쓰러져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직접 찾아가 돌보고 살피는 서비스가 있다.

안성시가 운영하고 있는 ‘찾아가는 가정 방문 간호 서비스’.

시는 지난 2007년부터 취약 계층 거동 불편 및 만성질환자 3천569가구를 등록해, 관내 6명의 방문 간호사가 매일 5~7가구를 찾아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날개 없는 천사’ 찾아가는 가정방문 간호사들의 일상을 따라가 봤다.



방문 간호사 6명 ‘찾아가는 건강 관리 서비스’
거동 어려운 만성질환자·장애인·노인 등
매일 5~7가구 돌보며 재활·회복 이끌어


의료경험 풍부… 나눔·봉사에 의미 둬
“간호사로서의 신념·사랑이 이 일의 원동력
지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분들에게 위로 받아요”


 



돌봄은 사랑에서 시작

찾아가는 가정방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사랑이 있어야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공도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정미·홍성정 방문 간호사는 이 일을 벌써 시작한지 7년 된 베테랑 간호사다.

이들은 “간호사로서의 신념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쉽게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래서인지 방문 간호사들은 대부분 병원 간호사 경력 있는 의료경험이 풍부하고 나눔과 봉사에 남다른 뜻이 있는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두 간호사 역시 병원 임상경험이 풍부해 정성껏 환자들을 돌보고, 상태가 심각할 경우 여러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 연계해 환자의 재활이나 회복을 돕고 있다.

지정미 간호사는 “아프고 힘든 분들을 만나는 일이라 지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분들에게 위로 받을 때가 많다”며 “집으로 찾아가면 언제나 딸처럼 반겨주시고 전화를 직접 걸어 왜 안 오냐며 저를 찾고 안부를 물을 실 때 마음이 따뜻해지고 이 일을 참 잘했구나 보람을 느낀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공도 할머니와의 즐거운 나눔 이야기

지정미, 홍성정 간호사가 찾아가는 곳은 형편이 넉넉지 못한 형편에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지 이들을 유독 반갑게 맞이하고 딸처럼 손녀처럼 아껴준다.

공도의 한 원룸에서 유난히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두 간호사를 손녀 맞이하듯 반긴다.

간호사들의 손을 잡는 할머니의 표정에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할머니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홀몸노인으로 10평 남짓한 집에서 외롭게 생활하고 있다.

지 간호사가 할머니의 건강 체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말문이 터진 듯 끊임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리광 부리듯 이곳저곳 아픈 곳을 말하며 간호사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할머니에게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을 돌봐주는 유일한 사람이고 가족이나 옛 친구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다.

이들은 “일을 하다보면 마음이 더 쓰이는 분들이 있지만 절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를 넘지는 않는다”며 “다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정성을 다해,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30여년의 시간을 누워만 있는 환자와의 첫 만남

안성시 동부권역을 맡고 있는 이미현 가정 방문 치위생사의 하루는 짧기만하다.

어르신들은 사전 약속을 잡아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일 오전에 전화를 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씨가 묵직해 보이는 가방 3개를 들고 안성시보건소에서 2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이날 방문건강관리사업의 첫 방문자가 있는 죽산면 장원리이다.

집의 거실,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병원에서나 볼법한 환자용 침대가 있고, 그 위에는 27년이란 세월을 꼬박 누워서만 지내온 K(47)씨가 있다.

이씨의 인기척을 느끼며 반색하는 K씨와 그의 어머니.

어머니는 27년 전 사고 이후, 아들이 누워만 있게 되면서부터 단 한번도 아들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 남자의 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닦고 돌봐야 하는 일은 일흔이 훌쩍 넘은 노모에게는 힘에 부친다며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이씨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환자처럼 서비스 해주고 있다.

집안에 들어선 이씨는 익숙한 솜씨로 누워있는 환자의 혈압과 당뇨를 체크한 후 전문치위생사답게 ‘치면 착색제’를 쓰고 난 후, 양치질을 시작으로 잇몸 마사지 등으로 마무리한다.

K씨가 관리 대상이지만 이씨는 허리 아픈 어머니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혈압도 재고 당뇨지수도 체크해본다. 틀니를 순식간에 세척해주고 틀니 세척법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한다.

이씨는 “홀몸노인 혼자 계시는 방이 너무나 지저분해 청소부터 시작한 적도 있다”며 “이일을 하다보면 전문분야 이외에 환자들이 원하는 가전제품 같은 게 있으면, 새 것이 아니더라도 알음알음으로 원하시는 것을 가져다 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현 가정 방문 치위생사는 31살의 나이지만, 벌써 경력 7년차의 베테랑이다.

병원에서 일하면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일을 천직으로 삼은 것은 공무원으로서 신분보다는 현재 이 위치에서 가족 같은 이들을 하루아침에 떠날 수는 없는 이유도 있다.

이씨는 “지금의 직업을 가지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어려운 분들을 마주하게 되면 저절로 제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겸손해지게 된다”고 털어놨다.

오늘도 묵묵히 가방을 들고 무거운 소임을 다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서는 안성시의 6인의 천사, 그녀들의 싱그럽고 상큼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이 있어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힘을 얻고 있다.

/안성=오원석기자 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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