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해 학생들의 통학 길을 담보로 10년 가까이 줄다리기를 했던 천천동 경부선철도 횡단육교 건설사업이 첫 삽을 떴지만 또 다른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에 부딪혀 결국 반쪽짜리 육교에 그치게 됐다.
앞서 건설된 인근 숙지중 삼거리 앞 육교는 경부선철도와 덕영대로를 모두 횡단하도록 건설된 바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상식이 무시된 지역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수원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약 3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장안구 천천동을 가로지르는 경부선철도와 덕영대로를 육교로 횡단하는 ‘천천동 경부선철도 횡단육교 설치공사’를 오는 7월까지 마칠 계획이었다.
철도 서쪽 학생들이 통학구역상 철도 동쪽의 직선거리 300m에 불과한 학교들을 짧게는 1㎞, 길게는 2㎞ 가까이 돌아서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난 2006년쯤부터 육교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후 새로 설치할 육교의 위치를 두고 주민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8년간 논쟁만 계속돼다 지난해 말 극적으로 타협, 올해 초 착공에 들어갔으며 래미안아파트 인근에서 경부선철도와 왕복 8차선의 덕영대로를 넘어 베스트타운아파트 옆까지 총 108m의 길이로 건설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육교건설 계획이 확정되자 베스트타운아파트 주민들이 조망권과 사생활침해 등을 이유로 육교 건설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육교는 덕영대로는 횡단하지 못한 채 경부선철도만 넘는 구조로 설계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인근 지역 주민 임정훈(47)씨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경부선철도와 덕영대로를 동시에 횡단하는 육교가 건설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길 것”이라며 “대다수 시민들의 편의는 무시한 채 극히 일부 주민들이 내는 큰 목소리만 듣는 시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베스트타운아파트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해 차마 당초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며 “우선 경부선철도 횡단만으로 육교를 건설한 뒤 추후 주민들과 협의해 덕영대로를 횡단하는 증축이 가능하도록 설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