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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완벽한 앙상블… 경기필 ‘모험’ 성공하다

 

“경기필의 가능성 시험하겠다”

성시연 단장의 각오 보여준 무대



국내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곡 선봬

각 파트별 솔로 연주 ‘인상적’

경기필하모닉만의 개성 뽐내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

“어려운 바르톤의 곡 훌륭히 소화

단원들의 노력과 성시연 단장의

오케스트라 장악력 돋보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콘체르토’

지난 3월 ‘부활’과 함께 출항한 성시연과 경기필이 첫 모험을 훌륭하게 마무리 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콘체르토’를 선보였다.

이날 선곡은 평소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 때문에 이번 연주회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역동적인 곡의 이미지가 더해지며 ‘모험’의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았다.

 



클래식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자주 클래식 곡들을 만나고 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나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등 거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내 놓은 대작 애니메이션들의 OST에는 클래식 음악이 아로새겨 지곤 한다.

화려한 영상에 가려져 잠깐, 인식하지 못했을 뿐으로 우리는 어렸던 시절부터 자연스레 클래식 곡들을 만나왔다.

특히 주인공의 모험이 극에 달하는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보다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때문인지 같은 악기가 사용되는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연주가 다이나믹해지기 시작하면 으례 머릿 속에 ‘모험’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지곤 했다.

이미 지휘자 성시연이 취임 당시 다각도로 경기필의 가능성을 시험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던 만큼 이번 연주의 방향성은 예정된 것이었다.

지난 3월의 ‘부활’을 완벽하게 소화한 단원들에게도 이번 무대가 상당히 모험적이었던 것은 각 곡의 연주 중간중간에서 각 파트들이 솔로 연주를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첫 곡인 카를시마노프스키의 교향곡 4번은 처음 연주하는 곡이었을 뿐 아니라 두번째인 바르톡의 곡 역시 높은 난이도와 함께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이 자신의 기교를 뽐내면서도 때론 세심한 앙상블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단원들에겐 꽤나 부담스러웠을 곡이다.

첫 곡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연주는 그래서 긴장감이 가득해 보였다. 성시연과 협연자 피터 야블론스키의 한 템포 느린 등장은 관객의 긴장과 기대를 더했다.

팀파니와 현악기의 피치카토가 곡의 시작을 알린 후 따라 붙은 피아노의 선율,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와 피아노는 때때로 서로 다른 조각처럼 연주됐다.

귀로 쫒기 힘들만큼의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피터 야블론스키의 피아노 선율은 혼을 빼놓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선율이 앙상블을 이루며 치솟을 때는 귓 속으로 행복을 밀어넣었다.

2악장부터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플룻 솔로에 호른과 하프가 종종 튀어나와 독특한 음색으로 연주에 다채로움을 더했고, 여전히 신비로운 피아노의 선율이 서서히 곡 전체를 덮기 시작한 연주는 마지막 3악장을 통해 다시한번 청중의 귓 속을 뒤흔들며 곡을 마무리했다.

3악장의 빠른 연주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감성을 쫒을 수 있는 것은 기교속에서도 단단함으로 감성 짙은 서정을 간직해낸 피터 야블론스키의 공이었다. 전해지는 오랜 박수에 쇼팽의 ‘마주르카’로 화답한 피터 야블론스키는 다시한번 그만의 스타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피터 야블론스키가 자리를 떠난 후 연주된 바르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경기필의 시험무대와 같았다.

오케스트라의 앞에서 시선을 빼앗아 주던 피아노가 사라진 무대에서 경기필 단원들은 이제 각자의 기량을 드러낼 일만 남아 있었다.

각 파트의 역량을 그대로 내보이려는 듯한 곡 선택, 열정적으로 지휘봉을 휘두르는 성시연은 “경기필의 현악은, 관악은, 타악은”이라고 외치며 경기필의 색감을 관객에게 확인 시키는 듯 했다.

 


 


신비로움과 활기가 느껴지는 1악장을 시작으로 각 파트가 유쾌하게 소리를 주고 받는 2악장 등 발랄함과 힘이 넘치는 연주는 경기필의 젊은 이미지와 조화를 이뤘다.

특히 격정이 치솟아 오르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음질치기 시작하는 현악기의 선율, 현과 현을 격렬히 부딪히며 높아지는 음에 따라 붙는 관악기와 타악기의 거대한 화합으로 마무리 되는 피날레는 그 강렬함이 가슴을 시원하게 관통했다.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피날레를 마치고 포디움을 내려와 악장과 악수 나누는 성시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간의 노력을 대변하듯 얼굴은 눈에 띄게 변해 있었다. 그의 시원스런 미소가 다시 한번 가슴 속에 상쾌함을 남겼다.

‘협력’과 ‘경합’이 공존하는 ‘콘체르토’의 의미는 분명해 보였다. 이날 공연은 각 파트의 경합, 그리고 서로의 정상에서 이뤄진 협력을 통해서만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기본을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

최은규 음악칼럼니스트는 이날 무대에 대해 “새로운 레파토리를 발굴하며 경기필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면서 “특히 연주가 어려운 바르톡의 곡을 훌륭히 소화하는 모습에서는 단원들의 노력과 성 단장의 오케스트라 장악력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지난 1월 취임한 성 단장의 계획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7월 6일에는 그가 밝혔던 또 하나의 계획, 시니어를 위한 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성 단장과 경기필은 ‘가장 특별한 초대’라는 제목으로 이날 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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