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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화 유산 당시, 우리 ‘말맛’ 살려 풀어냈다

 

구순(九旬)의 한문학 원로 손종섭 선생은 젊은 시절 이태준의 ‘문장강화’에 심취했다. 지금도 우리말 문장에 대한 교본으로 꼽히는 ‘문장강화’는 산문으로 돼 있지만 우리말 가락과 장단의 묘미가 그대로 녹아 있다.

문장의 리듬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이 책 ‘노래로 읽는 당시’에서도 살아난다.

인류 문화의 위대한 유산인 당시(唐詩)를 초당(初唐)의 왕발과 낙빈왕에서 성당(盛唐)의 이백과 두보를 거쳐 만당(晩唐)의 두목과 허흔까지 180여 수의 시로 집대성한 이 책은 당시를 우리말의 리듬과 운율을 살려 번역함은 물론, 평설에서도 우리말의 가락을 살려 유려하게 해설해내고 있다.

또 모든 번역 시를 리듬에 따라 줄 바꿈해 그 흥감을 돋구고, 원문에서도 한자를 의미에 따라 나누었으며, 우리말 토를 달아 노랫가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시의 리듬뿐만 아니라 시의 해석을 바로잡는 면에서도 저자의 노력은 투철하다. 저자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교재로 채택돼 있는 두보의 시 ‘등고(登高)’의 마지막 연이 그간 ‘새로이 술을 끊은 것’으로 잘못 해석돼 왔음 지적한다.

이것은 ‘탁주잔을 새로이 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마지막 연 중 ‘정배(停杯)’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기 전에 손에 멈추어 들고 잠시 뜸을 들이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이며, 무엇보다 ‘등고’의 의미의 흐름을 볼 때 ‘술잔을 든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류가 되풀이돼 온 이유는 과거의 해석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풍조와 함께 역자가 시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느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아흔 살의 나이지만 홍안의 청년처럼 패기 넘치는 한문학 원로가 전하는 투명한 당시 가락에 함께 귀 기울여보자.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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