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공약한 약 4천명 규모의 소방공무원 증원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 되고 있다.
최소 2천400억원에 달하는 소요 재원을 마련할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민선 6기 임기 내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증원 규모에 대한 축소가 불가피해서다.
또 도내 소방학교에서 배출되는 잠재적 소방 인력도 연간 최대 500여명, 4년간 2천명에 불과해 남 지사가 내세운 소방공무원 증원 공약이 반 토막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경기도 한 고위 관계자는 남 지사의 소방공무원 증원 공약과 관련 “경기도 일반 공무원의 총 규모가 3천400여명에 달하는데 임기 내 이보다 규모가 큰 4천명의 소방 인력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라며 “증원 규모가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데 반해 도의 재정 여건과 국비 확대 가능 여부 등이 불투명해 당초 계획 보다 증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도내 소방공무원 수는 6천500여명이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연 5천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국비는 도 예산의 1.1%인 60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남 지사는 당선 직후 인수위 격인 혁신위원회에서 열린 실·국장 보고회의와 도 소방재난본부의 취임행사 자리 등을 통해 “4천명 규모의 소방 인력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당시 소방재난본부는 남 지사의 4천명 증원 공약에 따라 내년 580명 증원을 시작으로 ▲2015년 982명 ▲2016년 983명 ▲2017년 984명 ▲2018년 984명 등 총 4천513명의 인력 확충안을 혁신위에 제시했다.
도 관계자는 “소방공무원 4천명 증원을 위한 예산이 순수 인건비로만 2천4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재정이 어려운 도 입장에서 국비 지원이 결정되지 않으면 (공약) 실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잠재적 소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다.
6개월 과정의 소방 교육을 통해 경기도 소방학교에서 배출되는 인원은 매년 500여명이다.
남 지사 임기 4년간 채용할 수 있는 잠재적 소방 인원이 2천명에 그치는 것으로, 도내 소방학교 시설에 대한 확충이 선결되지 않으면 남 지사의 공약 실행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 수요에 맞춰 양성되는 소방인력을 타 지역으로부터 도내로 끌어오기는 쉽지 않다”라며 “남 지사의 공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방인력을 배출하는 소방학교의 규모를 늘리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민기자 h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