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
/두보
爲人性癖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나 같은 위인은 버릇이 아름다운 구절을 탐하는 것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시어가 남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만두지 않는다
老去詩篇渾漫興(노거시편혼만여)
늙을수록 시 짓는 일을 함부로 하여
春來花鳥莫深愁(춘래화조막심수)
봄이 와서 꽃이 피고 새가 울어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구나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물가에 난간을 덧대어 낚싯대 드리우고
故著浮사替入舟(고착부사체입주)
일부러 뗏목을 붙여 배 삼아 바꿔 탄다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어찌하면 도연명 사령운의 솜씨를 얻어
令渠述作與同遊(영거술작여동유)
그로 하여금 글을 지으며 더불어 놀아볼꼬
- 출처 두시언해 〈고은번역/민음사〉 악양루에 올라 〈안영옥편/태학당〉 두보의 삶과 문학 〈이영주/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두보-시와 삶 〈이병주/민음사〉 등 참고
‘死不休’, 이 말은 자신이 지은 시가 읽는 이를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고치겠다는 말이다. 두보의 시가 수천 년 한시사漢詩史에서 최고봉을 이루어 오늘날까지 우리 앞에 우뚝 서 있는 이유를 알게 한다. 이처럼 치열한 창작 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노거시편혼만여’ 하니 그래서 ‘춘래화조막심수/늙어 시가 쉬이 찾아와 꽃피고 새 울듯하니 시 짓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로 읽어야 할 것이다. 참으로 큰 배짱이다. 도연명도 모자라 육조의 사령운까지 거기에 그들을 합한 또 하나의 인격인 자신을 데려다 놀고 싶단다. 등골이 서늘해져온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