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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천일동안은 무슨 일이 있었도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규명 등을 위한 노력은 한국에서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개월여가 되는 7월의 뙤약볕이 내리쬐던 어느날,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분향소에서 만난 오지원(37·여) 변호사는 스스로에게 매일 이 같은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아직도 세월호 사고는 계속 진행형이며 희생된 이들과 실종된 이들, 그리고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대한 죄스런 마음에서도 이번 사고를 영원히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오 변호사는 처음 안산의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발생 보름 뒤쯤인 5월 초, 대한변호사회와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가 함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유가족 등의 법률 조력을 위해 마련한 TF팀으로 처음 합류한 오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이 한나절 혹은 반나절 자문을 마친 뒤 본업에 돌아갔음에도 계속 안산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사고 당시 안타까운 마음이 넘쳤지만 현장을 찾는데는 두려움이 앞섰다”며 “그러던 어느날 꿈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집 앞 놀이터에 서 있는 모습을 봤고 결국 안산으로 발길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안산 합동 분향소에 들어섰을 때 오 변호사는 당황스러움과 어색함을 느꼈다.

그는 “분향소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영정사진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에 너무 당황했는데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영정 속에 있다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믿기조차 힘들었다”며 “현실인가 하는 생각에 시간을 되돌렸으며 하는 바람 뿐이었다”고 당시의 소회를 전했다.

오 변호사는 당시 분향소에 있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 모두가 너무 예미해 있는 상태였지만 일부 가족들이 다른 유가족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까지 생겼다.

오 변호사는 “유가족들이 이처럼 기운을 내는 이유가 바로 ‘아이들’ 때문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유가족들을 보면서 스스로도 정신을 차리게 됐고 이제는 아이들이 죽은 이유와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뛰고 있는 것 뿐이다”고 털어놨다.

오 변호사는 안산에서 80여일을 보내며 너무나 가슴아픈 일들을 직접 봐야만 했다..

매일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던 밥통을 볼 때마다 눈물이 흘러내려 도저히 집에 있기 힘들다며 끼니도 먹지 못한 채 다시 분향소로 나오는 어머님들.

구조된 아이들이 있던 병원에선 비록 오작동에 의한 것이었지만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상당수 아이들이 도망치거나 대피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실신하던 모습들.

병원에서 마주친 유가족이 구조된 아이들에게 ‘왜 너만 살아왔냐’며 푸념섞인 말을 하면 아이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아이의 부모는 유가족을 밀쳐내는 광경들.

이에 오 변호사는 “이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고 아이들이 얼마나 죄책감을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며 “이런 광경을 보고 듣는 순간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오 변호사는 그래도 살아나온 아이들이 너무나 대견하다고 말한다.

기억하기 조차 힘든 고통을 안고서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먼저 나서서 증언대에 서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쉽게 구조된 것이 아니라 선실내 갇혀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아이들인데 ‘무조건 말하겠다’며 ‘친구들을 위해 말하고 알리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 보다 더 성숙해 보이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오 변호사는 다시한번 다짐한다.

그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해외로 나가게 돼 너무자 죄송하지만 현장에만 없을 뿐 항상 함께 할 것이다”며 “해외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과 해외 여론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할 것이며 해외 각국의 안전에 대한 자세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이 하나의 사고로만 기억되다 잊혀지는 일이 없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 변호사는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오 변호사는 “안산서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어른들에게 불신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어른이들이 조금이나마 배려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재판이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자리가 아닌 피해자들이 원망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변호사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를 잊으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침몰할 것으로 확신하고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며 “향후 안전에 대한 여러 방안들이 나올텐데 대안을 제시하고 정비하는 것 뿐 아니라 그것들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여부도 꼭 확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글|양규원 기자 ykw@kgnews.co.kr

사진|정영준 기자 june@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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