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권역 응급의료센터로서 3년반 전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구하면서 전국적 유명세를 탄 아주대학교병원(이하 아주대병원)이 직원들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등에게까지 수도물 소독에 사용되는 ‘염소(Cl₂)’ 성분이 그대로 녹아있는 물을 먹도록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아주대병원과 직원 및 환자·환자 보호자 등에 따르면 아주대병원에는 환자·보호자 휴게실, 간호사 휴게실, 각층 복도 곳곳 등에 원내에 115개 가량의 정수기를 설치, 마실 물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직원 및 환자 등은 이런 물이 일반 수돗물이 아닌 정수기를 통과한 물임에도 수돗물 특유의 냄새, 즉 소독약 냄새가 나 다급한 경우가 아니면 잘 마시지 않고 있다.
수돗물 냄새를 유발하는 ‘염소(Cl₂)’의 경우 수돗물의 소독(살균)을 위해 사용되는 성분으로 수중에서 유기물과 반응해 트리할로메탄(THM)을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THM은 대부분 클로로포름으로 중추신경계 마취제로 쓰이고 신장과 간장에도 영향을 주는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 A씨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도 환자 휴게실 정수기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불평을 하면서 생수를 사먹거나 끓여먹는다”며 “한 직원이 ‘예전부터 병원에서 지하수를 사용했다’고 말해 줬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직원 B씨도 “직원 휴게실에 있는 작은 정수기 물에서 몇년째 수돗물 냄새가 나자 동료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부분이 같은 대답을 했다”며 “병원에서 고장난 정수기를 설치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고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병원이 고의로 정수기 내에서 ‘염소(Cl₂)’를 걸러주는 필터를 제거한 채 사용, 수돗물 냄새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의문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정수기 내 카본 필터가 염소성분을 제거하는데 물에서 균이 검출돼 최근 모든 정수기에서 카본 필터를 빼냈다”며 “세균에 감염되는 것보다 물 맛이 이상한 것이 낫지 않냐”고 항변했다./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