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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우비속의 어머니

 

우비속의 어머니

/이윤학

맨발로 뛰어다녀도 잡히지 않았다.

건조장 비닐 조각들

밤동산에도 뒷산 소나무에도

걸려 나부끼는 저녁은

어깨 걸고 쓰러진 벼포기도 비에 젖어

피곤을 풀기에도 적은 어둠 속에서

어머니의 낮은 꿈이 우비 속에서나마

따뜻할까요.

죄 많은 것들 부서져라 천둥치는 저녁에

교회당 위로 우뚝 선 전기 십자가 위에도.

환하게 드러난 십자가 위에 피뢰침이

박혀 있을 줄이야.

어머니의 미신은 성경보다 튼튼하여

여러 날 망가지고 상처입은 것을,

어머니의 우비 속에 무엇이

싹트고 있는가 저는 압니다.

-이윤학 시집 ‘먼지의 집’/문학과 지성사





 

 

 

 

 

천둥과 번개 속에서 빛의 긴 줄기가 뚜렷하게 비춰주는 순간들. ‘우비 속’ 맨발의 어머니가 뛰어다니는 모습만으로도 어머니의 생애가 다 읽혀진다. ‘건조장’ 속에서 익어갔을 곡식들이며, ‘쓰러진 벼포기’가 비에 젖어있는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가 잃지 않은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을 것이다. 여러 날 계속되는 마른장마 속에서도 싹 틔워야할 무언가가 분명 있기에 우리에게 새벽은 늘 그렇게 온다. /권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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