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호
소용돌이치는 내 마음을
파르르 떨며 들여다보는 비행체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울새 같고
잊지 못할 눈동자 같은 거라
어느 가슴속에도
둥지 한 번 틀지 못하는 나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새야
가늠할 길 없는 마음속
어떤 기류를 기다리는 거니
가슴속 타오르는 불꽃
허공의 뭇별로 타전하는 새야
얼마나 속을 태워야
검댕이 슬어가는 늑골 아래
진흙집 올릴 수 있겠니
-전건호 시집 〈슬픈 묘지〉, 발견
비문증이란 시야에 작은 점 같은 것이 보여 마치 눈앞에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을 말한다. 경험상 매우 성가신 현상이다. 하지만 시인은 ‘소용돌이치는 내 마음을/ 파르르 떨며 들여다보는 비행체’로,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울새’ 같다고, ‘잊지 못할 눈동자’ 같다고 말한다. 눈만 뜨면 내 눈 앞에서 뚫어져라 나를 관찰하는 새가 있다! 는 상상. 스스로 만들어낸 나의 새는 내 안의 무엇을 읽어내려는 것일까? 시인은 가슴속 타오르는 불꽃을 뭇별에게 타전함으로써 욕망하는 인간의 쓸쓸한 염원을 드러낸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