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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옛 향로 앞에서

 

옛 향로 앞에서

                                                   /김광규



그때라고 지금과 달랐겠느냐

누구나 때깔 곱게 잘 빠진

예쁜 향로를 좋아하고

소중히 간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팔백년이 흘러간 뒤

그때의 구름과 연꽃을 보여 주는 것을

빼어나게 아름다웠던

청자상감 유개향로가 아니다

굽다가 터지고 일그러져

향불 한번 못 피우고

어느 도공의 집 헛간에서

발길에 채이며 뒹굴었던

바로 이 못생긴 사각 향로 하나가

그 오랜 세월을 견디며

오늘까지 아 땅에 살아 남아

찌그러진 모습 속에

고려의 하늘을 담고 있구나

 

먼 거리를 운전하면서 필자의 운전속도는 100㎞를 달린다. 시대적인 문명은 시간과 거리의 단축을 이룩해 놓았다. 세월 뒤로 보면 교통문제로 거리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많았는데도 여유가 여전히 없다. 거리를 걷다가도 그윽한 색감을 보고, 환경을 마주하고 쉬는 여유가 있었다. 현실은 조용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바라보고 사색에 잠긴 일들이 어렵다. 시인이 완벽한 예술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고려청자 앞에서 많은 시간들을 같이했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볼품없는 사물들이 돌연 나를 감동시킨다. 살아온 시간들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떠한 존재인가를 이 詩에서 살며시 묻고 있다. 시간이 없고 여유가 없다는 심사로 박물관도 미술관도 가보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思索의 창 공간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삶의 이정표를 이제부터라도 그려보아야겠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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