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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밟아도 된다구요?… 푸른 생명 위로 시민들 웃음꽃 활짝

 

市 잔디재배 수많은 논란 우여곡절 끝

잔디소통광장 지난달 시민에 첫선

어린이들 마음껏 뛰어놀도록 개방



2012년부터 스포츠 경관농업 박차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 꿋꿋한 의지

고온다습·답압 강한 품종 길러내



인조구장 환경오염·5년마다 교체 단점

천연잔디 비용절감 등 경쟁력 높아

전문가 양성 등 시민들과 사업확대 모색

‘시흥잔디’ 시흥만의 브랜드로 육성

■ 시흥시 잔디광장 ‘맨땅에 그린’

시내 곳곳에서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브라질의 생태도시 ‘쿠리치바’, 아르헨티나 시민의 정치와 역사가 담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 천만시민의 소통의 장 ‘서울광장’ 등 도시와 자연의 조화가 시민의 삶을 바꾼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시흥시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다. 정왕동 시흥세무서와 이마트 사이(1799-2번지)에 조성된 잔디소통광장 ‘맨땅에 그린’이 바로 그것이다.

‘맨땅에 그린’은 지난 9월 특별한 개장식, 도심속 캠핑(바라캠핑)을 열어, 잔디광장을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다. 시민들도 그동안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문구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맨땅에 그린’에서 잔디를 마음껏 밟으며 뛰어놀 수 있고, 이웃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즐거워했다. 이처럼 캠핑페스티벌은 ‘맨땅에 그린’과 시흥시민의 성공적인 첫 만남이었으며, 이웃, 가족 등 공동체 소통의 장(場)으로 꾸준히 사랑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생명도시 시흥, 잔디에서 길을 찾다

잔디광장에 시민들의 웃음과 이야기가 넘쳐나기까지 “시에서 잔디를 왜 키우는 겁니까?”, “공보정책담당관실에서 잔디를 꼭 키워야겠습니까?” 등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연 잔디재배가 성공할 것인지’와 ‘잔디가 상업성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신, 회의론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또한 여러 차례 잔디 재배가 중단될 고비도 있었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당시 공보정책담당관)이 직접 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교부세 5억원을 행정안전부에서 확보해 오기도 했고, 불법형질변경에 관한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장맛비에 잔디가 침수돼 부서 직원들이 지원을 나가 함께 물을 퍼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잔디가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잔디사업을 주관한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의 의지 덕분이었다.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은 “벼농사 위주의 단작형 농업에서 벗어나고자 사업방향을 스포츠 융합형 농업인 ‘스포츠 경관농업’으로 정했다”며, “농가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흥시 도시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2012년 5월부터 잔디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천연잔디,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다

일반적으로 천연잔디는 인조잔디보다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인조구장 조성 비용의 80% 정도면 천연잔디구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관리비용이 인조잔디의 4~5배 정도 들긴 하지만, 인조구장은 5년마다 한 번씩 새로 깔아야 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천연잔디의 경쟁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게 시흥시의 설명이다.

또한 천연잔디는 쾌적한 녹색환경조성, 토양오염방지, 산소공급, 기상조절 효과가 있어, 삭막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실제로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조성한 관내 학교 학생들이 화상위험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인 반면, 천연잔디는 운동장 온도를 2°C 정도 떨어뜨리고 도시에 산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편안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잔디는 답압(밟는 힘)에 약해 쉽게 죽고, 가을 이후에는 휴면에 들어가 황색이 오래 지속되는 단점이 있어, 시흥시는 독일종자회사에 의뢰해 고온다습한 기후와 답압에 강한 품종을 들여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 재배되는 품종이라 정보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다. 잔디 재배를 하고 있던 타 시군을 방문해봤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결국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분석하고, 파종 시기부터 비료와 약을 주는 시기까지 하나하나 실험하고 연구해가면서 잔디를 재배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최적의 시비량과 횟수, 관수법에 대한 지식을 익힐 수 있었다.
 

 

 




잔디로 도시의 문제를 극복하다

시흥시는 잔디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행정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함께 이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13년 12월 시흥아카데미 ‘잔디교실’을 개강하여 전문가를 양성했고, 이후 전문가, 농민 등으로 구성된 시흥 잔디연구회 발기인 총회를 개최해 지속적인 연구와 천연 잔디광장의 양적·질적인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인조잔디를 둘러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환경오염, 발암물질 검출, 화상위험과 같은 인조잔디의 유해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흥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인조잔디의 문제, 자연으로부터 격리되는 문제 등을 극복하는 더 넓은 개념으로까지 ‘잔디사업’의 목표가 확대됐다.

시흥시는 잘 키운 잔디 하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시흥 100년의 미래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정책연구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도심 비산먼지 및 토양유실 감소, 도심 녹지축의 연결통로, 학교운동장 및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 등을 활용한 도시 녹화사업을 계획중이다. 또한 토양, 기후에 적합한 잔디 육성 및 품종 개발을 위해, 시흥잔디연구소의 활발한 연구·운영을 바탕으로 시흥잔디를 시흥만의 브랜드로 키워갈 계획이다.



잔디의 미래, 시민의 손에 달렸다

한편, 호조벌에서 재배한 잔디는 지난 2013년 정왕동으로 옮겨 심어졌고, 그 결과 현재 정왕동 3곳에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다. 지난 9월 개장식을 통해 시민에게 개방된 정왕동 시흥세무서와 이마트 사이(1799-2번지) 5천㎡의 광장과 정왕보건지소 뒤 각각 5천㎡, 800㎡ 크기의 광장 두 곳이다.

시흥시는 현재 관내 미취학 아동 단체를 대상으로, 천연잔디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맨땅에 그린’을 개방하고 있으며, e-백천학해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개인은 별도의 예약 접수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시간 내(월, 목 제외)에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흥시가 잔디광장을 시민에게 개방한 것은 ‘맨땅에 그린’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그려가기 위해서다. 앞으로 광장에 어떤 그림을 그려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우정욱 시민소통담당관은 “맨땅에 그린이 행복한 공동체의 장으로서, 이웃과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의 광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맨땅에 그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시흥의 잔디가 더욱 푸르러져 시흥시가 생명도시의 가치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시민과 이웃, 가족 간 소통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시흥=김원규기자 k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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