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월식
/박명숙
누군가 달빛을 조이고 있나 보다
엄마 등에 업혀 가던 다섯 살 그 달빛을
누군가 달빛을 감아 어린 목을 조이나 보다
시냇물 닮은 가늘디가는 그 밤의 엄마 목을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죽을 듯 매달리던
누군가 달빛에 묶어 먹어치우고 있나 보다
- 박명숙 시집‘은빛 소나기’(책만드는집) 중
다섯 살의 기억은 싸늘한 달빛에서 시작되었고 엄마 목을 죽어라 끌어안고 가던 그 밤은 여전히 화자 곁에 살아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오히려 따스한 이불처럼 몸을 감싸줄 지도 모른다. 왠지 고요한 밤엔 엄마를 떠올리며 잠을 청해도 좋겠다.
/김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