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커피
/조우성
커피는 과거보다 새까맣다
새까맣다 못해
흑갈색이다 그러나
설탕은 미래보다 하얗다
하얗다 못해 서푸르다
나는 한잔의 커피에
두 숟갈의 설탕을 넣는다
이러지 않고는 모든 게 흐트러진다
그러므로 블랙 커피를 마시려면
혀의 위선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 또 블랙 커피도 필요하다
이제 나는 그것을 안다
알고 있지만, 나는
한 잔의 커피에는
어쩔 수 없이 두 숟갈의
설탕을 넣는다
사람은 그렇게 산다고
믿고 산다.
詩는 사랑의 산물, 평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詩가 무엇을 노래한들 상관 있겠냐만 詩가 무엇의 도구나 사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커피의 종류에 호불을 갖지 않듯, 詩역시 호불이 있을 수 없다. 시가 언어예술로서 존재할 때, 詩는 詩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詩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실 때 찾을 수 있는 안온함 같은 것을 잔잔히 던져 주리란 생각이다.
/박병두 (시인·수원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