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화마(火魔)가 경기북부 고층아파트를 잇달아 덮쳐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참사(慘事) 공화국’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섞인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대형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응하겠다며 국민안전처 등을 신설했지만, 정작 대형 사고의 초동 대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비판마저 커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13일 오전 9시 58분쯤 양주시 삼숭동 한 아파트 4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장애인 황모(23)씨와 황씨의 누나(28)가 숨졌다.
불은 아파트 내부 148.5㎡와 위층 집 100㎡를 태우고 50여분 만에 꺼졌으나, 김모(23)씨 등 이웃주민 4명이 유독 가스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생활권으로 130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대형 화재가 난 지 4일만으로 화재에 놀란 주민 5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낮 12시 30분쯤에는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20층짜리 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여 만인 오후 1시 3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에 의해 꺼졌지만, 연기를 마신 주민 4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오전 6시30분쯤에는 파주시 법원읍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집안에서 있던 신모(83)씨가 숨지고 2천300만원(소방서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불과 나흘 사이 화마가 도내 북부지역을 덮쳐 7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34명이 부상을 당한데다 11명은 위독한 상태다. 또 수많은 사람이 이재민이 돼 임시 수용소에서 막막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국민안전처 등을 신설했지만 연이은 대형 사고의 초동 대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한 시민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재난과 안전사고에 대응하겠다며 국민안전처 등을 신설했지만, 각종 사건사고에 대형 화재 참사까지 잇따라 ‘참사 공화국’ 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라며 “엄습하는 불안감에 오죽하면 ‘오늘은 살아남으셨읍니까?’란 질문을 건넬 정도인데 정부의 조직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연이은 화재로 실내 전자전기 기기에 대한 사전 점검과 함께 아파트 소방도로 불법 주정차, 실내 스프링쿨러, 피난 계단 불법 적치물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시정조치가 시급하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양주·양주·파주=이화우·이호민·양규원기자 y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