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심창만
나와 더불어
몹쓸 것이 된
늦은 밥그릇
어머니가
어머니를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다
등굣길에 낳은
여중생의 아이도
맨 처음 받아주신
성모 마리아의 골반
귀를 대면
요단강까지
새 밥이 끓는 소리
-심창만 시집 『무인등대에서 휘파람』/푸른사상
변기의 역할이 그러하지만 물은 내림과 동시에 정신이 말끔해지고 냄새까지 사라진다. 어머니의 손길을 닮았다. 고마움이나 편리함도 까먹은 채 그저 지저분해지면 박박 솔질이나 해대는 내게 시인의 변기에 대한 성찰이 새롭게 환기된다. 새삼 변기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따끈한 밥을 새로 지으신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