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동창생에 대한 애틋한 정과 딱한 사정 등을 교묘히 이용해 수년만에 연락이 닿은 동창생인 척하며 100억원이 넘는 물품을 팔아 온 국내 최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분당경찰서는 19일 인터넷 등에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후 초·중학교 동창생을 사칭해 피해자 수만여명에게 물건을 판매, 100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사기)로 콜센터 업체 대표 김모(50)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텔레마케터 조모(45·여)씨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천 상동에 콜센터 사무실을 차려 놓고 인터넷 동창생 카페 등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 동창생을 사칭한 뒤 주간지와 블랙박스를 8만5천303명에게 팔고 11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피해자들의 연락처 등을 빼내려고 인터넷 동문 카페 관리자나 학교 행정실에 “졸업생인데 동창생 명부를 사고 싶다”고 접근, 10∼15만원에 명단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50대 남성인 피해자들에게 수십 년 전 연락이 끊겼던 초·중학교 여자 동창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친구야 반갑다.’며 안부 인사를 한 후 ‘우리 아이가 언론사나 블랙박스 회사 등에 임시직으로 취직했는데 판매 실적이 있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한번만 도와 달라.’며 딱한 사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 또한 그 금액이 20~30만 원 사이의 비교적 적은 금액에 불과해 아무런 의심 없이 쉽게 속아 넘어 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동창을 사칭해 주간지 연간구독을 계약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직업, 학교, 동창생 이름, 전화번호, 구독기간 등을 저장해 놓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성남=노권영기자 kyro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