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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는 메달 앞에 당당해야 영광 도핑 반드시 적발…오명 피할 수 없어”

광주 U대회 도핑검사위원 파견…노하우 전수
市, 의무반도핑백서에 상황별 대처방안 기록
“육체·정신적 건강 파괴… 예방교육 대책 시급”

 

박판순 前인천AG 조직위 의무반도핑부장

“도핑은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오는 7월3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 2015광주U대회에 파견요청을 받아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도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나서는 박판순(사진) 인천시 위생안전과장의 일성이다. 한 미국스포츠잡지에서 육상선수를 대상으로 ‘이 약을 복용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 그러나 7년 뒤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당신은 복용하겠는가’라는 질문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80%의 선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운동선수에게 메달이 어떤 의미인지, 선수들이 왜 도핑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광주U대회 도핑검사위원으로 파견요청을 받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박판순 의무반도핑부장을 만났다.



광주U대회 도핑검사위원으로 파견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도핑관리업무에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는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인천대회 도핑관리본부의 운영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참가선수들도 진행과정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모두 47개소의 도핑관리실이 있었는데, 경기시작 1시간 전부터 당일 도핑검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운영했다. 신속·정확한 도핑관련체계가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목할 점은 인천시가 도핑분야 전과정을 정리해 만든 ‘의무반도핑백서’이다. 아시안게임 기간의 도핑검사 진행과정과 상황별 대처방안을 모두 기록했다. 이 책이 광주U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열릴 대회에 활용되길 바란다.



도핑이 무엇이고 어디서 시작된 건가.

도핑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전투력 향상을 위해 마시던 알코올성 음료에서 유래됐다. 도핑테스트에서 도프(dope)란, 경주마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말한다.

점차 그 의미가 운동선수들까지 확대된 것이다. 사람은 일정양의 호르몬을 유지하는데 약물을 투여하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선수의 혈액이나 소변에서 호르몬을 분리하여 그 양과 비율의 균형을 검사하는 것이 도핑테스트(Doping Test)이다.

 



도핑테스트는 언제, 어떻게 진행되나.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도핑테스트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여 그 결과를 관리한다. 검사는 경기기간 중에 하거나 경기기간 외 불시에 시행한다. 경기기간 중이란 선수가 참가예정인 경기의 시작 12시간 전부터 경기관련 시료채취절차가 끝나는 시기를 말한다. 반면 경기기간 외 검사란 대회시기가 아닌 도핑검사를 가리킨다. 검사대상자등록명부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를 대상으로 예고 없이 방문·시행한다. 따라서 명부에 기재된 선수는 소재지정보를 제출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도핑검사장소는 훈련장과 집뿐만 아니라 선수위치가 파악되는 곳 모두 해당된다.



시료채취는 어떤 절차를 거치는가.

채취시료에 따라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구분한다. 소변시료 채취의 경우 선수는 윗옷을 몸통 중간까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리고, 바지를 허벅지 중간까지 내린 상태에서 실시한다. 이 때 도핑검사관(DCO)은 선수의 시료채취 동작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검사관이 선수와 동성(同性)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혈액시료 채취절차는 선수가 봉인되어 있는 시료채취 용기와 키트 등을 점검한다. 다음으로 진공혈액튜브 2개와 주사바늘 1개 등을 확인하면 혈액채취요원(BCO)이 혈액을 뽑는다.



인천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테스트는 경기가 종료되고 메달수여식이 끝난 다음 저녁시간에 이루어졌다. 도핑검사관, 도핑검사동반인(샤프롱), 입상선수가 시료채취실로 들어갔다. 시료채취 용기와 키트는 선수당사자만 만질 수 있었다. 시료물에 대한 책임을 선수 몫으로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도핑검사관은 선수들의 시료용기를 취합해서 도핑검사실로 보냈다. 검사결과는 새벽 3~4시쯤 나왔고, 아침회의시간에 도핑결과를 보고했다.



여전히 스포츠계는 약물파동으로 바람 잘 날이 없질 않나.

최초 도핑사망사건은 1886년에 일어났는데, 사이클 선수 린톤(Lintone)이었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덴마크선수 커트 젠센(Kurt Jensen)과 1967년 뚜르드프랑스에서 사이클선수 톰 심슨(Tommy Simson) 등이 사망했다. 그 외에도 뚜르드프랑스를 7연패했던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도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서울올림픽에서는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Ben Johnson)이 도핑으로 금메달을 뺏겼다. 최근 축구선수 강수일 역시 도핑파문에 휩싸이면서 대표팀발탁에 실패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때 도핑적발건이 있었나.

약물복용위반사례가 6건이었다. 말레이시아 우슈선수와 중국 육상선수의 금메달이 회수됐다. 그 중에서도 타이초쉔 말레이시아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타이초쉔의 메달이 유일했는데, 그마저 놓치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도핑검사관까지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자국선수의 메달을 박탈해야하는 심정이 어땠을까. 안타까웠다.

도핑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운동선수라면 메달이 얼마나 간절하겠나.

그렇더라도 결과 앞에 당당해야 영광스럽지 않을까? 도핑은 반드시 적발된다. 발각되는 순간, ‘공정한 경쟁을 훼손시켰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동시에 그간의 노력까지 의미가 사라진다. 도핑이 무서운 건 승부조작이라는 윤리적비난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까지 파괴하기 때문이다. 도핑예방교육에 대한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인천=한은주기자 h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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