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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여름나기가 더 괴로워진 ‘절망세대’

 

보름 전 서울의 한 도심에서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이란 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집회였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회원들은 다음과 같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 삼촌, 형님들,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지 말고 청년들, 비정규직들에게도 나눠주세요.’ 어떻게 보면 호소 같지만 사실 기성세대를 강하게 비판하는 뜻이 담겨 있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특히 이들의 주장대로 기존 노동계가 정년 연장 등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이란 사회적 합의와 청년고용은 무시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날 시위를 보며 마치 밥그릇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삼촌과 조카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슬프지만 청년 취업에 관한 현실은 이처럼 비참하다.

요즘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좌절감의 표현인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청년실신(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을 포기한 세대) 등의 조어도, 취업을 위한 ‘취업 9종 세트(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 성형수술)’라는 표현도 더 이상 새로운 얘기로 치지 않는다. 인문대 졸업생의 90%가 논다는 ‘인구론’, 소설을 쓰듯 창작한 자기소개서를 빗댄 ‘자소설’ 등 자괴감 섞인 용어도 낯설지 않다.

30대가 넘어서도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하거나 부모의 노후자금까지 자기 돈처럼 사용하는 자녀를 비꼬아 부르는 빨대족이란 말도 젊은이들 사이에선 부끄러움의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이젠 친구들끼리 모여도 ‘요구르트 빨대냐’ ‘주스 빨대냐’라며 빨대의 크기 얘기를 농담처럼 스스럼없이 할 정도다. 실제 구직자 중 절반가량인 48%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니 이런 농담을 탓해 무얼 하겠는가.

실제 수치를 봐도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대졸자들의 취업경쟁률은 평균 32.3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8.6대 1보다 높아졌다. 통계청 조사도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은 한 달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10.2%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만 보면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1999년의 11.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청년실업자 숫자는 44만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4만 명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가 105만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29세 미만의 젊은이다. 또한 지난달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1년 전보다 10만2000명 늘어난 147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쉬고 있다’는 20대 연령대가 26만1000명에 달해 전체의 17.8%를, 여기에 15~19세 연령대를 합친 청년층(15~29세)의 ‘쉬고 있는’ 인구는 29만5000명으로 전체의 20.1%를 차지했다. 백수 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부가 어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5만7600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과 민간 부문에서 2만6000명의 고용 창출과 5000명의 해외 취업 등을 이끌어내기로 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를 통해 모두 21만3600명의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4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나온 대규모 정부 대책이지만 새롭지도, 획기적이지도 않아 실망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 실제로 얼마나 일자리가 늘어날지 알 수 없는 데다 목표 수치의 상당수가 인턴과 시간선택제여서 ‘고용절벽’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판도 거세다.

청년실업 문제를 단순히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문제로 인식하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이렇게 단순히 바라볼 경우 일자리를 가진 자와 일자리를 갖지 못한 자의 갈등으로만 비칠 수 있다.

실업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 각 구성원들이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 이상 ‘절망세대’가 나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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