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moon
/김영은
하늘에 둥근 달이 매달려 있다
여자가 달을 캐러 물속으로 들어간다
눈 밑에 그늘이 졌다
거기에 왜 있어, 내려와, 내려오라구
그녀에겐 혀가 없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살과 피가 녹아 없어진 조개껍데기
납작 엎드려서 기어가는 물살
등불이 비치는 다리 위로 남자가 간다
다리 밑에서 물살을 찢는 바다
남자가
물의 살을 벌리고 젖은 여자를 끌어낸다
- 김영은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시작시인선 0176
붉은 달이 뜨면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신화가 있다. 이 시를 보면서 나는 지난해 4월의 사건을 떠올린다. 그 즈음에도 지구 반대편 어디선가 붉은 달이 떠올랐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내 사고영역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사건이어서 신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싶어지기도 했었다. 500명이 승선한 큰 배를 물속에 가라앉힌 사건은 사고이건 고의건 분명 인간들의 잘못이고 여러 정치 사회문제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누군 살아남고 누군 죽었는데 500명의 생목숨을 좌지우지한 것은 신의 영역이었을까? 어쩌면 전부 생존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국가는 어떤 구조행위도 하지 않았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만 살아났던 하도 기가 막힌 사건이어서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국가는 왜 그 사람들을 죽도록 방치했던 것일까?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