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얼굴이자 대표적인 문화관광 공연 프로그램인 무예24기가 수원시립공연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광복절인 지난 15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섭씨 30도가 훨씬 넘는 한낮의 무더위에 장군들이 전투 때 입었던 두껍고 무거운 갑옷을 입었지만 단원들의 몸은 가벼웠다. 시립 무예단원으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진 듯 얼굴 표정과 동작도 기세가 넘쳐흘렀다. 조선 정조시대 최강 정예 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실전 호국무예인 무예24기의 아찔한 무예와 다이나믹한 진법 등이 펼쳐질 때마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 공연장 주위를 물샐틈없이 둘러싼 관객들은 환호성과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무예24기의 시립화 문제는 무예24기 관계자는 물론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의 숙원이었다. 단원들은 공연이나 연습 중 부상을 당해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출근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일당’조차 지급되지 않는 비정규직 신세였기 때문이다. 진검 등 위험한 병장기를 사용하는데다 격한 동작의 연속인 무예24기 특성상 부상자들은 쉴 새 없이 발행했지만 생계를 위해 입원은커녕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출근해 공연 진행이라도 돌봐야 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해 시립예술단설치 조례가 개정되고 드디어 지난 7월13일 위촉장을 받은 단원들은 무더위 속에서 15일 공연을 위해 땀을 흘렸다. 시립공연단에는 무예24기 시범단과 함께 극단도 소속돼 있다. 총 예술감독은 연극인 장용휘씨로 ‘무예24기의 특징인 간결한 멋과 호쾌한 무예중심의 공연에 역동적이고 화려한 동작 등을 가미해 한층 더 성숙하고 드라마틱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본보 13일자 8면). 기존 무예 공연에 무용 등 각 분야 단원을 위촉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15일 장 예술감독의 연출의도가 드러나는 공연을 본 결과는 그리 흡족치 못했다. 남녀 무용수 두 명이 무예24기 무사들의 공연 중간에 등장해 무예24기 권법과 쌍검을 응용한 무용동작을 선보였는데 무예와 융합되지 않는 모습을 모였다. 물위에 뜬 기름 같은 느낌이었다. 첫 공연이기에 보인 미흡한 장면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릇된 연출은 자칫 무예24기의 호쾌하면서도 한편으론 비장한 멋을 해칠 수 있다. 타장르와의 융합에 급급하기 보다는 무예24기에 적합한 스토리를 접목시켜 재미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