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대다수 시민들은 희망을 가지기 힘들었다. 그만큼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던 것. 언감생심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결국 절망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일부 선각자들은 절망을 떨쳐 버리고 직접 희망을 찾아 나서게 됐다. 바로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는 혁명을 통해서였다. 그들은 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질서를 찾고, 자신들의 권리와 신분을 상승시키려 했다. 그들에게 혁명은 자신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반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역이 되면 삼족(친족, 외족, 처족)이 멸문(滅門)하는 화를 당하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떨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고단한 민초들은 기존 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일반 시민들은 ‘신분’의 굴레에 얽매여, 그야말로 한 줌도 안 되는 양반, 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실제로 조선 초기에 이른바 권력층은 전체 인구의 3%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에 비하여 공사 노비의 숫자는 인구의 반 이상, 거기에 일반 천민, 상민들을 합치면 거의 8할에 달하는 백성들이 생존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착취와 수탈에 신음했던 것이다.
‘반역의 한국사’는 혼란이 극심했더 신라 말기부터 조선시대까지 발생했던 ‘반역’을 편년체(編年體)로 기술한 책이다. 책은 신라 및 고려시대, 조선 전·후기로 나눠 시대별로 행해졌던 19건의 혁명의 역사를 서술한다. 다시 말해서 실패한 민란·군란 또는 쿠데타를 시대 순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 책은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한 쿠데타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떨쳐 일어설 수밖에 없었던 민란이라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최대한 편향된 시각을 지양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일관했다. 사료에 충실할 뿐 아니라 그 행간의 뜻까지 헤아려, 난(亂)의 개요 및 원인과 배경, 역사적 의의 등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거를 바탕으로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는 역사 속의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는 지배층만큼 실망스럽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속 혁명을 이야기하는 ‘반역의 한국사’는 현재에도 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역사속 혁명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뜻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듯 현재의 우리들 역시 온·오프라인을 통한 시민운동으로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 민병덕은 “이 책을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이 ‘혁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정치에 무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선거나 투표를 통해 시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판 ‘혁명’이며 이 책을 출판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